영동대가 그간의 무례를 청산하려면
영동대가 그간의 무례를 청산하려면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0.07.26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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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편집부국장

오늘 오후 영동군청에서는 '영동군과 영동대의 상생발전을 위한 토론회'가 열린다. 정구복 영동군수와 송재성 영동대총장, 정원용 영동대이전반대비상대책위원장이 각각의 입장을 개진하며 토론을 벌이고, 참석한 주민들과 질의응답도 가질 예정이다.

영동대가 지역은 물론 교내 구성원들도 모르게 아산캠퍼스 조성과 일부 학과 이전을 추진하다 충청타임즈 보도로 발각(?)돼 사단이 벌어진 지 7개월 만에 공론의 장이 마련됐다. 그동안 주민들이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군민결의대회와 교과부 원정시위를 결행하면서 지역은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 그러나 분란을 초래한 당사자인 대학은 교내에서 이전 불가피론만 되뇌었을 뿐 군민들의 분노를 보듬는 공식적 언행은 전무했다.

지난주 토론회 초청장을 받고 '드디어 대학의 반응이 시작됐나 보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비상대책위를 중심으로 한 군민들의 대응이 한풀 꺾이며 소강상태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상대가 요지부동인 상황에서 각자의 생업이 있는 비대위 구성원들이 장기간 반대운동을 펼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학의 전략을 무반응으로 일관하며 비상대책위가 제풀에 지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짐작했던 만큼 이제 바야흐로 대학이 공세로 전환할 때가 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더욱이 지난달 영동대 송 총장은 기자 간담회를 갖고 학과 이전에 따른 공백을 상쇄할 영동대 발전방안을 조만간 밝히고 군민들의 이해를 구하겠다고 공언한 터였다. 이런 근거로 오늘 토론회를 대학이 그동안 구상해온 발전전략을 공개하고 군민들을 설득하는 자리로 감잡은 것이다. 그러나 오판이었다. 초청장에 찍힌 행사 주관단체는 영동군지방자치참여연대였다. 대학은 이 단체의 초청을 받아 토론회에 참석하는 게스트일 뿐이다.

석연찮은 것은 토론회를 주관한 참여연대 대표가 영동대이전반대비상대책위 공동위원장이라는 점이다. 참여연대는 매년 지역현안을 주제로 군민토론회를 개최해 왔고, 이번 행사도 연례적 사업의 하나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더라도 군민토론회는 이미 군민들이 수긍할 획기적 대학발전방안을 밝히겠다고 공언한 영동대가 주관하는 것이 상식이다. 캠퍼스 이전문제가 돌출된 지 7개월, 새 총장이 취임한 지 4개월, 조만간 대학발전방안을 밝히겠다고 호언한 지 1개월이 지났다. 대학이 그간의 무례에서 벗어나 지역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도 챙겨야 할 때가 왔다는 얘기다. 스스로 자리를 마련하고 군민들을 초청해 설득하고 해명해야 할 대학에 멍석을 깔아준 주체가 비대위와 무관치 않은 단체라는 점은 서글픈 역설이다.

영동군은 지난 2007년까지 산학협력 중심대학 육성사업과 관련해 영동대에 예산을 지원하다 감사원 지적을 받고 중단했다. 감사까지 감내하며 대학에 예산을 퍼주느라 안달을 냈던 지자체가 또 있을까. 이 일방적 시혜는 일방적 배신으로 보답받았지만 영동군이 영동대에 들인 정성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는 사례이다. 동시에 영동대가 지역을 우습게 알고 오만과 당당함으로 일관할 수 있는 이유를 짐작할 만한 사례이기도 하다. 헤프면 무시당하는 법 아닌가.

영동대가 오늘 토론회를 통해 진정으로 지역과 소통하며 상생의 길을 모색하려면 비상대책위 요구대로 지역에 일언반구도 없이 교과부에 낸 캠퍼스이전 신청을 일단 철회해야 한다. 캠퍼스 이전은 언제라도 가능한 만큼, 비대위가 한발 물러나 대학의 소리에 귀기울일 수 있는 명분이라도 주자는 얘기다. 또 토론회에는 대학의 실질적인 주인인 재단 이사장도 참석해 대학이 밝힐 발전방안에 대해 군민들이 믿음을 갖도록 해야 한다. 토론회에 앞서 군민들에게 머리숙여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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