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만화의 차이
영화와 만화의 차이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7.22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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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정규호 <문화콘텐츠 플래너>

일본 메이지대 문학부 교수인 사이토 다카시는 그의 책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을 통해 욕망과 모더니즘, 제국주의, 몬스터, 종교 등을 꼽았다.

그 가운데 종교에 대한 그의 견해는 상당히 혹독하다. 그는 "종교는 기본적으로 환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건전한 종교는 사람들이 고달픈 현실을 견디며 새로운 희망을 품게 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가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데 그 환상이라는 것이 갖는 힘은 때로는 세계의 역사를 바꿔버릴 만큼 엄청납니다."라고 전제한다.

그러나 그는 이내 "세계의 역사, 특히 전쟁의 역사의 대부분은 종교 삼형제(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의 집안싸움이라는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인류를 구원할 종교가 싸움의 원천이기도 했다는 점에서 인간세계의 복잡함을 실감하게 합니다."며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다.

『투캅스 』와『실미도 』,『 공공의 적 』등의 영화를 통해 흥행몰이에 성공하면서,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의 하나로 등극한 강우석 감독의 최근 개봉영화 『이끼』는 한국영화사상 공식집계로는 첫 3천만관객을 모은 감독이라는 영광만큼이나 앞서 언급한 인간과 종교 사이의 영원히 풀리지 않은 숙제를 그렸다는 점에서 충분히 주목받을 만하다.

영화『이끼』는 인터넷을 통해 선풍적인 인기를 이어왔던 윤태호 원작, 동명의 만화『이끼』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 식객 』으로 탄탄한 전성기를 구사하고 있는 만화가 허영만의 문하생 출신인 윤태호는 2007년 1월부터 2009년 7월 사이에 유료 만화웹진 '만끽'과 포털사이트 '다음'을 통해 총 80화의 만화『이끼』를 연재했다.

만화『이끼』는 이제 갓 두 권의 단행본을 선보인 젊은 만화가의 작품답지 않게 깊이가 있다.

월남전에서 만삭인 베트콩을 살해했다는 죄책감에 휩싸여 있는 주인공 류해일의 아버지 유목형은 세속에 찌든 종교의 현실을 '구원'하겠다는 다소 비현실적이며 '신(神)'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그리고 유목형과 극단적인 대립을 이루며 마을의 중심이자 현실적 인간세계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이장 천용덕은 전직 형사 출신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수단과 감독을 가리지 않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그리고 가족과 완전히 결별한 채 살고 있는 유목형의 사망소식을 듣고 마을을 찾아온 그의 아들 유해국.

그는 어쩌면 '구원'과 '복수'사이, 그리고 종교와 현실의 인간세계 사이에 교묘하게 숨겨진 선과 악의 한계를 제삼자인 독자에게 전달해주는 내레이터에 충실한 역할에 불과한 듯하다.

그 마을에는 어린 시절 집단 성폭행의 피해자 이영지가 살고 있고, 사람을 여럿 죽인 전석만과 하성규 등 인간의 원죄가 있다.

그런 인간적 구조를 죄와 벌, 선과 악, 그리고 종교와 현실의 지배력 다툼, 구원과 복수, 심판 등 결코 쉽게 편을 가르기 어려운 모티브를 엮어내는 윤태호의 능력은 놀랍다.

그런 만화 『이끼』가 강우석 감독에 의해 영화 『이끼』로 다시 환골탈태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이 찌는 듯한 여름, 한국영화를 아끼는 이들에게는 무척 반가운 일이다. (이 생각에는 강우석 특유의 상업성과 영화계의 지배적 위치라는 반감도 작용한다.)

영화 『이끼』는 비교적 원작에 충실하다. 그리고 정재영, 박해일, 허준호, 유해진, 김상호, 김준배 등 당대의 뚜렷한 캐릭터를 갖고 있는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도 충분히 감동이다.

그러나 원작과는 달리 그 마을의 수상쩍은 상황을 타이틀 롤 이전에 제시한다거나 원작과는 전혀 다른 마지막 1분을 삽입한 점은 일단 만화와 영화의 장르적 특성에서 비롯되는 사실성과 허구성의 선입견을 대변하는 탈출구로서의 역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인터넷상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던 만화 『이끼』가 영화에서는 18세 이상 관람가가 됐다는 것. 이게 무슨 이창동의 『 시(詩) 』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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