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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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03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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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지난 4월 19일 청주우체국장으로 부임하면서 여러통의 축하카드를 받아 보았다.

그 중 축하 내용을 직접 자필로 한통의 편지를 써서 보낸 사람의 정이 듬뿍 묻어나 종이편지에 대한 감동이 세삼 그리워진다.

21세기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리움이나 사랑의 느낌을 글로 보내는 편지보다는 핸드폰과 인터넷 등을 이용한 각종 메일 서비스들이 대신하면서 예전의 편지는 점차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가고 있는 추세여서 우체국장인 나 자신도 언제 편지를 써 봤는지 기억이 아련하다.

편지란 특정한 사람에게 쓰는사람의 생각이나 용건, 혹은 안부 같은 것을 글로 적어 전하는 것을 말한다.

편지의 역사는 인류의 문자역사와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문자가 발명 되고 의사소통이 말이 아닌 글로써 가능하게 된 이후 인간의 삶, 죽음, 행복, 감정 등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행위와 다양한 정서를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편지가 하게 되었던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서간(書簡)이라 하여 일반 글과는 달리 말 대신 글로 전달하는 방법이 있었고, 이것이 고목(告目), 기별이라고 일컬어지다 조선후기에 와서야 ‘편지’라는 말이 쓰였다.

편지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종이에 자신이 직접 써내려 가면서 말로는 하지 못한 사적인 감정을 글로 상대에게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종이에 직접 편지를 써 본 세대라면 누구나 한번쯤 펜팔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미지의 상대방에게 자잘한 감정을 편지로 보낸 후 며칠이 지나서야 겨우 답장을 받아보곤 하였다.

휴대폰이 우리 일상에 깊숙이 자리잡게 되면서 휴대폰을 이용한 문자메시지 또한 편지의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다.

종이편지에 자신의 감정을 머뭇거리며 써 내려 갔던 과거와는 달리 휴대폰 문자메시지는 짧은 문자로 상대방과 주고 받는다.

지금처럼 휴대폰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이 보편화되어 실시간으로 상대와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인터넷 메신저 세대들은 아마 우리 편지 세대들의 그 기다림과 설렘을 이해 못할 것이다.

요즘 우편물 중에서도 자필로 직접 쓰여진 우편물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드물다.

우편물의 대부분은 DM우편물, 택배(인터넷쇼핑), 각종 고지서 등으로 전체우편물의 80∼90%를 차지하고 있다.

충청체신청에서는 이러한 우편환경 변화에 따라 편지쓰기 대중화로 우취 문화를 증진시키고, 글쓰기문화 생활화로 국민정서 함양에 기여하고자 해마다 ‘편지쓰기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은의 달 편지쓰기 대회 (5월), 가을맞이 편지쓰기 대회(10월) 등을 개최하고,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편지강좌 캠프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하여 디지털 문화에 의한 역기능 해소를 위한 노력을 전개해 가고 있다.

이러한 편지쓰기 행사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리 잘사는 사람일지라도, 아무리 선진국의 국민이라고 뽐내는 사람일지라도 편지를 쓸 줄 모르면 사람다운 세상에 진정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처럼 편지란 우리에게 큰 힘이요 기쁨이라 할 수 있다.

신록이 우거지기 시작하는 5월.마침 5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멀리 떨어져 계시는 부모님이나 오랫동안 뵙지 못했던 스승님, 그리운 님 이나 벗에게 정이 넘쳐나는 한 통의 잔잔한 편지를 써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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