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지수와 초복(初伏)
불쾌지수와 초복(初伏)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0.07.18 2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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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0.72×(기온+습구온도)+40.6=(?) 불쾌지수(discomfort index)를 계산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계산해서 나오는 지수가 70 이상인 경우는 약 10%, 75면 약 50%, 80 이상인 경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1959년 여름 미국이 약 300개 도시를 대상으로 일기예보시 처음으로 불쾌지수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명백한 기준은 아니라는 단서가 달려있다. 찌는 듯한 무더위와 장마철의 습한 날씨는 불쾌지수를 높인다. 그래서 여름이 다른 계절에 비해 사람들이 불쾌감을 더 느낀다. 사소한 말다툼이나 시비가 주먹다짐을 부르고 드디어는 폭력으로 경찰에 입건되는 경우도 특히 여름철이 많다.

괜히 짜증스럽고 화가 치미는 것을 다스리지 못하는 결과다.

모 공군 대위는 지난 14일 오후 10시50분쯤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의 한 도로에 주차돼 있던 승용차 사이드미러를 발로 걷어차 부쉈다. 이 대위는 그 순간 마음이 조금은 시원했을 것이다.

뭔가가 그를 짜증스럽고 화나게 만들었을 것이고 한 번 걷어차면서 조금은 그 기분을 풀어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불쾌감을 다스리지 못한 공군대위는 결국 헌병대로 넘겨졌다. 공군장교로서의 품위도 잃었다. 불쾌지수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가마솥 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이제는 장마다. 습한 더위가 짜증스러울 수밖에 없다.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계절상으로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여기에다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것과 저것들을 보고있노라면 화가 치민다. 날씨와 더불어 불쾌지수를 팍팍 높이는 작용을 한다.

성폭력 사건만도 그렇다. 노출의 계절이 특히 심하다는 통계가 있기는 하지만 이건 아니다 싶다.

대형 관련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사법당국이 특단의 조치에 돌입했고 사회저변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이와 함께 언론을 통해 비인간적인 사건의 전말이 전해지면서 경각심을 가질 만도 한데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화가 치밀고 정말 짜증스럽다.

지난 16일 청주상당경찰서는 10대 소녀를 성추행한 A씨(20)를 입건했다. B양(17)의 자취방에서 B양을, 자신의 집에서 C양(16)을 강제로 추행한 혐의다. 같은 범죄가 전국적으로 매일 발생한다. 불쾌지수가 보태진다. 또 있다.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다.

평상시의 실력을 측정하는 것이라면서 교육과학기술부가 요란을 떤다. 어느 날 갑자기 그냥 시험을 보면 된다. 정확하게 평상시의 실력을 평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그런 후 정책에 반영하면 그만이다. 교사들과 학생들이 아무런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 것을 한참 전부터 예고를 하고 평가 후에는 점수를 공개, 학생과 학교의 서열화를 조장한다. 교육청과 학교별 성적 올리기 경쟁을 부추기는 꼴이다.

지난 주말에 제기된 제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들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때 학생들에게 정답을 알려줬다는 의혹도 그 때문에 빚어진 것이다. 학교별 성적 비교가 이뤄지는 마당에 점수를 올릴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못하겠는가. 교육과정이 파행이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짜증스럽고 화가 치미는 오늘의 불쾌지수는 +α가 필요할 것 같다. 즉 7월 19일 불쾌지수=0.72×(기온+습구온도)+40.6+α(성폭력·일제고사 파문 등)다. 이열치열(以熱治熱)해야겠다. '보신탕'이 최고다. 남조시대 양나라의 학자이며 의사였던 도홍경에 따르면 그렇다. 마침 오늘은 초복(初伏)이다. 열 받을 때는 열로써 다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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