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수무책 성폭력
속수무책 성폭력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0.07.04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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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요즘 우리 사회에 속수무책인 두 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보이스피싱이고 또 하나가 성폭력사건이다.

고질적인 사회문제로 고착화된 이들 문제의 공통점은 사전예방이 쉽지 않다는 것이며, 그래서인지 발표되는 대책도 시원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보이스피싱 사건은 꾸준한 캠페인성 교육으로 최근 들어 어느 정도 그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 지능적으로 진화해 가는 가운데에서도 그 피해사례가 줄어들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다.

그러나 성폭력 사건, 특히 아동을 포함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성폭행·추행사건은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다. 지난주 언론에 보도된 관련 기사만도 수없이 많다.

청주상당경찰서가 여고생 성추행 혐의로 박모씨(26)를 긴급체포한 것을 비롯해 같은 날 부산의 초등학생 성폭행사건, 광주의 초등학생 성추행 사건, 부산 여고생 성폭행사건, 제주 초등학생 성추행 사건 등 전국에서 성폭행 사건이 이어졌으며, 특히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사건이 끊이지 않으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소를 도둑맞은 다음에서야 빈 외양간의 허물어진 데를 고치느라 수선을 떤다는 뜻으로 일이 이미 잘못된 뒤에는 손을 써도 소용이 없음을 비꼬는 말이다. '도둑맞고 사립 고친다'는 속담도 같은 말이다.

이 속담이 주는 교훈은 '사단이 난 후에 후회하지 말고 미리미리 대비하라'는 것이다. 사후대책보다는 사전예방책이 더 중요하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뜬금없이 속담 얘긴가.

최근 미성년자 성폭력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부산을 떤다.

국회는 지난달 29일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안'(성충동 약물치료법)을 통과시켰다.

이른바 '화학적 거세'로 불리는 이 법은 16세 미만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 중에서 비정상적인 성적 충동이나 욕구를 억제하기 어려운 성도착증 환자로 판명된 자에 대해 약물 심리 치료 프로그램을 마련해 재범을 방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자발찌부착명령제도 시행에 이어 보다 강력한 성폭력 재범 방지법이 생긴 셈이다.

이와 함께 여성가족부와 교육과학기술부 등의 정부도 CCTV 설치, 맞춤식 보호와 지원방안, 등·하교 도우미제 등 갖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책은 모두 소를 도둑맞고 난 후 '외양간을 고치' 는 사후대책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물론 재범을 방지함으로써 2차 피해를 예방하는 데는 상당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내놓는 대책마다 사전에 사건을 막을 수 있는, 단 한 건이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예방대책은 찾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아동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상당수가 결손가정이나 맞벌이부부 자녀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보호자의 부재가 상대적으로 범행대상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대책이 필요하다. 이는 사전예방대책이다. 제도권의 강화된 성교육, 사회 저변에서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화 등의 사전대책은 왜 안 나오는지 묻고 싶다.

정부가 사단이 벌어지면 부산을 떤다는 것은 그때마다 '뭔가를 하고는 있다'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저 '불끄기' 에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순간적 충동을 이기지 못해 발생하는 성폭력 사건은 성도착증 환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지속적이고 강화된 성교육이 가장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포함한 장·단기적인 실질적인 사전대책이 나와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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