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초적(末梢的) 의식
말초적(末梢的) 의식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0.06.29 2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時論
문종극 편집국장

세종시가 다시 원안으로 회귀했지만 찜찔하다.

국회 친이계 의원들의 세종시에 대한 말초적(末梢的) 의식 때문이다.

어제 친이계 의원 66명의 서명을 받아 세종시 수정안 국회 본회의 부의요구서를 제출한 한나라당 친이계 임동규 의원의 제안설명을 듣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야말로 말초적(末梢的)이다. 본질이 아닌 부차적인 문제를 가지고 침소봉대(針小棒大)한다는 생각이다. 누가 그랬던가 "정치는 입으로 하는 것"이라고. 딱 그 짝이다.

임 의원은 제안설명을 통해 세종시가 원안으로 진행된다면 온다던 기업과 대학들은 하나도 오지 않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도 다른 지역으로 가버리고 덜렁 정부 건물 몇개가 세워져 있는 세종시를 상상해보라면서 허허벌판에 세워진 행정타운은 자족기능은 커녕 밤이면 불꺼진 유령도시가 되고, 혼자 내려와 생활하는 공무원들은 주말이면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며 '두 집 살림'을 하는 국내판 기러기 아빠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대통령과 국회가 서울에 있는데 국무총리와 장관들이 150km나 떨어진 세종시에서 며칠이나 생활하겠느냐며 죄 없는 공무원만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느라 정치인들을 원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국민과의 약속이 중요하다고 우리가 짊어져야 할 책임을 후손에게 떠넘기고 역사적 부담을 지울 수는 없다며 어느 것이 진정으로 국가와 충청지역의 발전에 부합하는지 심사숙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임 의원의 제안설명이 얼마나 치졸하고 지엽적인지 이날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반대토론을 보면 알 수 있다. 박 전 대표는 "서울의 인구 밀도는 뉴욕의 8배, 도쿄의 3배"라며 "수도권 인구밀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라며 "이 좁은 공간에 전 인구의 반이 살고, 지방은 텅텅 비어 있어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지방은 지방대로 고통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세종시법) 원안에는 자족기능이 다 들어 있다"며 "나는 세종시를 만들 의무가 정부와 정치권 전체에 있다고 본다.

서울과 세종시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의 균형 발전을 위해 국가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시 수정안 부결 당위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한 박 전 대표의 반대토론은 임 의원의 제안설명과는 그 격이 다르다.

본질적인 문제를 놓고 찬반을 유도해야 함에도 침소봉대한 곁가지를 가지고 현혹하는 임 의원의 이날 제안설명이 지금까지의 세종시에 대한 국회 친이계 의원들의 시각이 아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세종시의 태동은 박 전 대표가 밝혔듯이 수도권 과밀해소와 이를통한 국가균형발전이다.

본질인 이 문제를 도외시 한채 국민과의 약속마저 버린 결과가 국력낭비와 행정 비효율을 초래한 것이다.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가균형발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안이 먼저 나오고 그 안을 국민들이 받아들이면 그 후에 세종시 원안을 백지화하든 수정하든 했어야 함에도 정부와 한나라당 주류는 본질을 외면한 것이다.

1966년부터 지난 40여년 동안 수도권 억제와 지방 발전을 이끌기 위한 수많은 정책이 펼쳐졌지만 실패를 거듭한 끝에 내놓은 극약처방이 세종시다.

그런데도 기업 몇개가 안오고 자족기능이 없고 공무원 몇명의 기러기아빠를 운운하는 정도의 시각으로 해당 상임위에서 부결된 안건을 본회의 부의를 요구한 그들의 말초적 의식이 한편으로는 가엽기도 하다.

그래서 찜찔한 것이다.

이제 수도권 과밀해소와 대한민국이 골고루 발전할 수 있는 고육지책, 세종시를 건설하는데 그런 지엽적인 힘이라도 보탰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