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의 춤추는 모습 보고 싶지 않은가?
제자의 춤추는 모습 보고 싶지 않은가?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0.06.23 2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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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교사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느니, 그림자도 밟지 않던 스승의 그림자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힘든 세상이 됐다느니 풀죽은 교육계의 현실을 반영하는 말들을 자주 듣는다.

최근 고교시절 은사님과의 식사자리가 있었다. 시골 중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인 은사님은 지난해 전교 꼴찌인 한 여학생을 양딸로 삼았다. 공부에는 관심없고 미용에는 관심있는 이 여학생을 최고의 미용인으로 키우고 싶다며 미용특성화 학교인 예일미용고를 방문해 제자의 진학을 상담했다. 선생님의 뜻대로 이 학생은 올초 이 학교에 입학했고, 지금은 자격증 시험을 위해 밤새워 공부를 하고 있다. 간혹 선생님께 안부 전화를 걸어 "선생님 머리는 제가 책임질게요. 기대하세요"라는 말을 전해 왔고, 이 학생의 목소리를 듣고 나면 은사님은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다고 했다. 여름방학이 되면 제자가 다니는 학교를 찾아가 고맙다는 인사를 할 참이라는 말과 함께. 자식을 맡긴 부모의 심정처럼 걱정을 하는 스승의 모습에 기분좋은 질투를 느낀 하루였다.

또하나,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외롭게 명절을 지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올 추석쯤 학생들을 위해 1000만원의 기금을 기탁하겠다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한 지인을 만났다. 그는 정말 어려운 형편에 처한 학생들에게 작은 보탬이라도 됐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마음 한 켠엔 제자의 형편까지 일일이 챙기며 가슴으로 아파해 주는 열정적인 교사가 있을지는 모르겠다는 말을 건넸다. 제자의 상처를 볼 수 있는 교사의 작은 관심이 상처받은 학생에게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하면 바람이 그저 바람이 아니었으면 한다면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다. 스승의 칭찬에 춤추고 싶은 학생들은 많다. 제자의 춤추는 모습에 얼굴을 돌리는 스승은 없다.

춤추는 제자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려주는 스승의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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