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회관 문학강사 정상옥
노인복지회관 문학강사 정상옥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03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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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의료원 옆으로 나트막한 언덕을 오르면 넓은 광장에 3층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양하고 전문적인 노인복지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충청북도 노인복지회관이다.

이곳에서는 노인분들을 대상으로 노래교실과 댄스를 비롯해 영어, 가요, 게이트볼 등 15가지 이상의 강좌가 개설되어 있는 가운데 눈길을 끄는 강의가 있다.

바로 문학 강의다.

수필가 정상옥씨의 문학수업으로 올 1월 처음 개강한 이 강좌는 매주 화요일 오전에 시와 수필 등 장르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다.

수강생들이 매주 한편씩 자유롭게 글을 써오면 함께 글에 대한 평가와 분석을 하고, 수정을 거쳐 작품을 완성하는 식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는 정상옥씨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문학수업을 하는 거라 처음엔 걱정이 많았다.

내 세대보다 더 연령이 많다보니 문학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싶었는데 배움의 열기는 누구보다도 열정적이고 활력적이다”고 말했다.

젊은 사람들도 문학에 접근하기 쉽지 않은데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 수업이 어렵지 않는냐고 묻자 “누구를 가르치는 것 보다는 같은 뜻을 가지고 같은 정서와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란 동지의식에서 접근하고 있다.

어른들이 걸어온 인생 여정을 어떻게 풀어주느냐가 내 역할이라고 본다”며 “현재 2시간 수업도 부족할 만큼 열정적이다.

황혼기에 멋지게 인생을 즐기고 계시는 분들을 보며 제 삶도 되돌아보고 나태해지지 않도록 마음을 가다듬는다”고 한다.

문학에 대한 가슴앓이를 해오다 수강하게 되었다는 최재한 할아버지는 “워낙 형편도 어려워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했다.

교육의 기회를 놓친 아쉬움에 독학으로 배움의 길을 터득했다”며 “인생은 산이라고 생각한다.

그 산을 넘어오며 겪은 일들을 기억에서 들춰내며 글을 쓰니 새삼스럽고 기쁘다.

문학을 통해 살아온 인생을 시로 풀어내면서 자신감도 생겼다”고 한다.

글을 쓰며 새롭게 자신과 만나고 있는 분들의 모습에서 문학을 시작하며 느꼈던 설렘을 떠올린다는 정상옥씨는 “노인분들은 내 앞날의 거울이다.

작품을 함께 하며 그 안에서 인생의 회한을 듣기도 하고, 생각지 못한 부분은 배워가며 인생설계를 하게된다”며 “인생을 멋쟁이로 살아가고 계시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얻는 것이 훨씬 많아 행복하다.

한 학기가 끝나면 어르신들의 작품을 모아 작품집을 발간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연숙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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