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정치' 짜증난다
오기정치' 짜증난다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0.06.21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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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또 말이 많다. 가히 딴죽 수준이다.

인정하고 좇는 승복(承服)할 줄 모르는 우리의 정치문화가 때때로 국민들을 짜증스럽게 한다.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싼 문제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드는 듯했다. 그런데 정치권이 또 한 번 격돌할 조짐이다.

지난 1년여간 정국을 달궜던 세종시 수정 논란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4일 라디오 연설을 통해 수정안의 국회 표결을 요청하고 그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밝히면서 그 끝이 보였다. 아쉬움은 있지만 수정안이 부결되면 원안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대통령의 뜻을 내비친 것이었으며, 이어 여야가 수정안을 국회 국토해양위에 상정,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합의하면서 세종시 문제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국토위 여야 의석분포상 자연스럽게 부결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세종시는 수정안이 아닌 결국 원안 조성으로 가닥이 잡혀진 것이다.

그런데 한나라당 친이계(주류)가 국회법 87조를 적용, '국회의원 30인의 요청에 따른 본회의 부의'를 추진할 의사를 밝히면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친이계는 수정안이 국토위에서 부결되더라도 본회의 투표는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되자 민주당은 상임위에서 부결된 법안을 다시 본회의에 올리는 것은 여야간 합의를 어기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아예 국토위 상정부터 거부하든가 아니면 일단 상임위에 상정한 뒤 법안소위로 넘겨 본회의 부의의 기회 자체를 봉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한나라당내 친박계도 수정안의 본회의 재부의에 대해서는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오기 정치'라는 인식 때문이다.

국회에서 부결될 것을 예상하면서도 뜻을 밝힌 이명박 대통령의 결심은 어떻게 보면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국회내 친이계가 통상의 국회 절차를 넘어 상임위 부결안건을 본회의에서 표결하겠다는 '딴죽'수준의 오기를 부린다면 이는 대통령을 욕되게 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국회에 넘기면 친이계가 알아서 막아줄 것이란 생각에서 표결 요청했다'는 국민들의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짜증스러워 한다.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찬반논란은 충분했다. 지난 9개월 동안 달궜으면 이제 결론을 내릴 시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딴죽은 국회 친이계뿐이 아니다.

국회가 세종시 수정안을 부결할 경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지정이나 기업 유치를 위한 세제혜택 등이 모두 배제된다는 것을 정부 관계자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말하곤 한다. 6.2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서도 "심판이라고 보고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여전히 토를 단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원래 세종시 수정안과 무관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과학기술분야 핵심 대선공약이면서 '충청권 대선공약'이다. 때문에 세종시 수정안과는 무관하게 '충청권 사업'으로 진행돼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 일각에서는 세종시가 원안건설로 가면 이것마저도 없어진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정쟁으로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과학 프로젝트를 없애겠다는 말인가. 충청권에 앞서 과학계가 발끈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여야는 내일(22일) 국토위에서 세종시 수정 법안들을 표결 처리한다는 데 합의한 바 있다. 합의(대립 또는 이해 조정)가 정치고 정치가 합의일진대 "부결된다 하더라도 본회의 표결"을 강행하겠다는 한나라당 주류측이 펼치는 정치는 무엇인가 되묻고 싶다.

이 때문에 내일 또 정치가 실종된 국회의 치열한 전쟁터를 국민들은 봐야할 것 같다.

이래저래 국민들은 짜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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