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상다리를 붙들고
부러진 상다리를 붙들고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4.17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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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상다리를 붙들고네 식구가 둘러앉아 밥을 먹는다.

제법 그럴듯한 밥상을 이루었구나!-기름기 도는 더운 쌀밥이 네 그릇,꼭 있어야 할 김치도 있고입맛 돋구는 산나물도 한 접시,때로 일상처럼 와글와글 끓는 찌개와흥으로 곁들이는 소주잔도 맑은 얼굴을 내밀고가끔 세 살배기 딸아이도 올라앉아 재롱을 떠는,남부러울 것도 표날 것도 없는 차림새에달처럼 둥근 식구들이 둘러앉은 저녁.잠시라도 마음을 놓거나 한눈을 팔면손쓸 겨를도 없이 기울어진 목숨의 텃밭,도시의 날품으로 가꾼 위태로운 밥상을 붙들고울컥, 뜨거운 것이 넘어오는목구멍 너머로 밥을 밀어 넣는다.

-시집 ‘검은 밥에 대한 고백’(고두미) 중에서<감상노트>쌀밥, 김치, 산나물, 찌개, 소주, 재롱이 있는 저녁의 둥근 밥상이다.

둘러앉은 식구들의 눈과 입과 손을 생각해 보면, 참 아름다운 ‘모심’이 있다.

더운 피를 나눈 네 그릇의 밥들이 모여 식도(食道)를 지난다.

밥의 길! 멀고 험하고 어두운 길이다.

그래서 울컥 슬픔이 넘어오기도 하는 목구멍 너머에 차진 밥을 밀어 넣는다.

밥상 앞에서 위태롭지 않은 삶은 없다.

그러니 상다리가 성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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