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흘림의 대가(代價)
땀흘림의 대가(代價)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6.07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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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최현성 <용암동산교회 담임목사>

옛말에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즉 "심은 대로 거둔다"는 말입니다. 이것을 가리켜 동일수확(同一收穫)의 법칙이라고 말합니다.

어떤 씨를 심느냐에 따라 거두는 것이 다릅니다. 씨앗이 땅속에 있을 때는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싹이 조금 나와서 자라야 "아! 이곳에 이런 씨앗이 심어져 있었구나"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교회 뒤 텃밭에 씨를 심었는데 한참 만에 싹이 나왔습니다. 싹이 나기 전에는 그곳에 씨가 심어져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싹이 나서도 처음에는 모두 비슷해서 어느 곳에서 상추가 나올지, 열무가 나올지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조금 자란 후에 보니 "아! 이것이 상추구나, 이것이 열무구나"를 알게 됩니다.

상추가 조금씩 자라면서 쭈그리고 앉아 상추를 솎아주는데 이마에 땀이 흐릅니다. 일하면서 흐르는 정직하고, 고귀하고, 보람된 땀이라는 생각을 하며 이마에 땀을 훔치는데 문득 농민들의 현실이 생각났습니다. 평생을 땅과 더불어 지내오면서 땀흘림의 아름다운 대가(代價)를 받아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 아픈 현실 말입니다.

며칠 전 농촌에 배추를 따러(뽑으러) 갔습니다. 배추를 다 뽑아내고 모내기를 해야 되기에 배추를 공짜로 뽑아가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 이면에는 배추 값이 너무 싸서 배추를 뽑아 파는 인건비(人件費)도 나오지 않기에 뽑아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장마가 지면 배추 값이 오를 것이다. 그래서 요즘 배추 값이 쌀 때 많이 사다가 김치를 담가야 된다"는 여성신도들의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주저하지 않고 배추를 뽑으러 갔습니다. 끝없이 널려있는 배추를 보며 마음속으로 "배추를 저렇게 아름답고, 소담하게 키우기 위해 애쓰고 수고한 농민들의 땀과 노력이 얼마큼인가?"를 그려 보았습니다.

땀 흘림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마구 뽑아버리거나 공짜로 남에게 주어야 하는 그들의 아픔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것을 다 갈아엎어야 하는 그들의 피눈물을 보았습니다. 배추는 아침햇살에 너무나도 예쁘고 황홀하게 다가왔습니다. 그것을 가져와 소금에 절이고, 몇 시간이 지나 숨이 죽은 후에, 물에 여러 번 씻고, 갖은 양념을 넣어 소를 만들고 드디어 김치라는 훌륭한 완성품을 만들었습니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 "몸에 실오라기 하나라도 걸쳤으면 베 짜는 여인을 생각하고, 반찬 없는 밥이라도 먹는다면 땀 흘리는 농부의 수고를 생각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농부들의 혼이 배어 있는 이 귀한 김치를 먹을 때마다 이 땅의 농민들을 생각하며 기도하기를 원합니다.

국토의 젖줄인 강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강바닥을 긁어내고, 물길을 바꾸고, 콘크리트로 막는 개발로 인하여 물이 오염되고, 물고기가 죽어 떠오르고, 세계 멸종위기에 있는 희귀식물군락지가 소멸되고, 농민들은 그동안 피땀 흘려 가꾸어 온 삶의 터전을 빼앗길 위기에 처해 있는 모습을 보면서도 너무나도 가슴 아팠습니다. 이런 조그마한 텃밭에서 느끼는 농민들의 수고와 땀을 생각하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면서 조용히 두 손 모아 기도드려봅니다.

주여! 농민들의 아픔을 위로하시고, 이 땅의 농민들에게 '땀 흘림의 대가'가 있게 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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