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뒤의 축제
축제 뒤의 축제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0.06.06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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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 종 극 편집국장

태극전사들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입성했다. 전 세계인의 잔치인 '2010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대회'가 시작된 것이다.

대한민국으로서는 축제 뒤의 축제가 된다. 최초의 1인8표제인 지방선거를 마치고 곧바로 또하나의 축제를 맞게됐다.

한국 선수단은 지난 5일 16강 진출의 사명을 안고 남아공에 여장을 풀었다. 우리 대표팀은 오는 12일 밤 8시30분(이하 한국시간)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그리스와 16강 진출 여부를 판가름할 조별리그 첫 경기를 갖는다.

국내에서는 이날에 맞춰 전국 곳곳에서 대대적인 응원전이 시작되며, 그 기(氣)가 남아공 우리 선수들에게로 보내지게 된다.

남아공 현지는 나라 전체가 온통 축제 분위기에 빠졌다. 지구촌의 축제인 점을 감안하면 개최국 분위기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다. 우리도 지난 2002년 그랬었다.

특히 남아공의 국회를 보면 더욱 실감난다. 월드컵 준비상황을 점검한 남아공 국회가 지난 3일 국회의원 전원이 남아공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합동회의를 연 데 이어 앞선 이벤트에서는 대표팀 대형 셔츠에 서명을 한 후 남아공 월드컵 공식 응원춤인 디스키 댄스(Diski Dance)를 췄다는 것이다. 주목을 끄는 것은 국회의원들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댄스를 췄다는 사실이 아니라 남아공 전체의 축제 열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축제분위기는 지구촌 구석구석까지 이미 파고들고 있다. 대한민국에도 그 분위기가 도착했음은 물론이다.

지구촌축제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축구선진국들의 축제쯤으로 치부하고 기(氣) 죽어 부러워했던 월드컵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도 우리들의 축제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것은 아마도 '2002 한·일월드컵대회'일게다.

그래서 우리는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어게인(again)2002'를 외쳤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어게인(again)2002'가 나온다. 지금도 안정환 선수(34)가 등장하면 환호가 터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성기 때의 나이나 실력으로 보면 이제는 소위 '한 물 간'스타지만 그를 환호하는 것은 그가 대한민국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었던 '2002'가 그리운 것이다.

그렇게 대한민국에도 월드컵대회가 먼 나라 사람들의 축제가 아닌 우리 자신들의 축제로 다가온 것이다. 1986년 멕시코 대회 박창선 선수의 월드컵 본선 첫 골이 지금까지도 화제가 될 정도로 초라했던 우리의 월드컵 역사가 이제는 어엿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의 월드컵 도전 역사는 56년이며, 1986년 멕시코월드컵부터는 연속해서 본선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 역사 중에는 4강도 있다.

그동안 한국은 (본선에서) 모두 18개국을 상대로 24경기를 치러 4승7무13패를 기록했다. 22골을 넣고 52골을 내줬다. 월드컵에 한 번이라도 나갔던 전 세계 76개국을 상대로 순위를 매겨보면 22득점은 28번째다.

이는 대한민국이 지구촌축제의 주역 중 한 국가라는 사실을 입증해 보이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첫 경기가 열리는 오는 12일 밤은 축제 열기가 자못 뜨거울 것이다.

선거라는 축제 뒤에 펼쳐지는 월드컵축제를 통해 승자와 패자로 나뉘어 갈라졌던 지방선거 민심이 다시 하나로 뭉쳐져야겠다. 한 골이 터질 때마다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옆 사람을 끌어안고 기뻐할 수 있는 그 환호라면, 우리 선수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이면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치는 그 넉넉함이라면 승자와 패자가 서로 보듬어 줄 수 있는 아름다움도 바로 그 속에 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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