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63>
궁보무사 <63>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4.17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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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부용아씨의 복수“아, 아니, 저 저걸로 어떻게….”율량은 가느다란 불꽃을 세차게 내뿜고 있는 기름등잔을 지그시 쳐다보며 뭔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호호호……. 한마디로 말하자면 저걸로 불을 붙여 당겨서 그냥 날로 태워버리면 되는 것이죠. 오근장의 그 크고 뚱뚱한 몸집에 별안간 불이 붙는다면 참으로 볼만하지 않겠어요. 제까짓게 몸집이 크고 힘이 장사면 장사였지 뜨거운 불에 참고 견딜 재간이 어디 있겠어요?”부용아씨가 아주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씨! 하지만……. 어떻게 저런 걸로 오근장 성주의 몸에 불을 감히 댕길 수가 있단 말입니까. 오근장이 바보 숙맥이 아닌 다음에야 자기 몸에 뜨거운 불이 붙여지도록 가만히 그냥 놔 둘리 있겠습니까?”율량이 몹시 의아해 하는 얼굴로 부용아씨에게 다시 물었다.

“그래서 우리가 놈에게 바짝 다가가 단번에 불을 붙여버릴 수 있는 배짱 좋은 사람을 뽑았잖아요?”“그러나 살아 움직이는 사람의 몸에 불을 붙인다는 건 칼로 찌르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힘든 법입니다.

”율량이 다시 고개를 가로 내저으며 말했다.

“사람이 독한 결심을 하고서 침착하게 행동한다면 이 세상에 안되는 게 어디 있겠어요. 그리고, 제가 겪어본 바에 의하면 팔결성주 오근장 놈은 나이도 늙은 것이 아주 심한 변태거든요. 우린 바로 이런 점들을 최대한 잘 이용해야만 해요.”부용아씨가 웬일인지 여유 있는 미소까지 지어보이며 말했다.

“아니, 변태인 사람은 자기 몸에다 뜨거운 불을 갖다 대도록 그냥 놔둔답디까?”율량이 다소 어이가 없다는 말투로 물었다.

“휴우!”갑자기 부용아씨는 이에 대한 대답대신 까닭모를 한숨을 길게 몰아내 쉬면서 잠시 말을 끊었다.

어느 틈엔지 그녀의 크고 예쁜 두 눈에는 고운 이슬이 맺혀 있었다.

부용아씨는 정신을 집중시키려는지 머리를 좌우로 가볍게 몇 번 흔들어 대고는 천천히 심호흡을 해가며 다시 입을 열었다.

“어젯밤 제 꿈속에 죽은 아기가 저를 찾아왔답니다.

아기는 저를 보자마자 아아앙! 하고 울음을 크게 터뜨렸어요. 제가 얼른 끌어안고서 입안에 젖을 물려주려고해도 아기는 웬일인지 싫다고 뿌리치며 자꾸 울기만 했지요. 아마도 어미인 저에게 제대로 피어나보지도 못한 채 죽고만 자기 원한을 꼭 풀어달라며 마구 외치는 소리 같았어요. 대신님! 그래서 저는 웬만해가지고는 창피해서라도 감히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할 만큼 아주 비밀스러운 얘기까지도 대신님 앞에 죄다 털어 내놓겠습니다.

혹시라도 이런 것들이 나중에 팔결성주 오근장 놈을 죽이는데 도움이 되어지지는 않을까해서요.”여기까지 말을 마친 부용아씨는 목이 조금 칼칼해지는지 바로 앞에 놓여있던 찻잔을 집어 들고 단숨에 벌컥벌컥 마셔버렸다.

그리고는 물기 묻은 입가를 손등으로 쓱쓱 닦아내며 부용아씨는 천천히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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