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여론조사
춤추는 여론조사
  • 남경훈 기자
  • 승인 2010.05.27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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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남경훈 편집부국장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론조사의 공표 및 인용보도가 27일부터 금지되지만 이 기간을 앞두고 잇따라 발표된 조사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들쭉날쭉 그 자체였다.

조사기관마다 결과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후보들은 속이 탈 수밖에 없고 유권자들은 헷갈린다. 특히 일부 지역은 하루 이틀 차이를 두고 비슷한 방법으로 조사했음에도 결과는 천양지차여서 일부 후보들이 반발 움직임도 보인다.

여론조사결과가 제각각인 것은 조사방법과 시간에 따른 차이가 가장 큰 원인이다.

많은 선거구를 정확하게 조사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표본추출과 면접조사를 해야지만, 시간과 비용 문제로 자동응답전화(ARS) 조사법을 많이 쓰고, 전화면접을 하더라도 비용을 아끼려고 보완책을 잘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에 20~30개 선거구를 조사할 경우 장비와 인력 문제 등으로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조사기관들이 표본집단을 달리하지 않은 채 항상 같은 사람들의 전화번호 중심으로 되풀이한다면 여론의 변화를 감지해 내기는 더욱 힘들다.

가장 편리하게 사용하는 ARS는 조사시간의 한계로 비경제활동 인구에 집중되거나 응답률이 낮은 20, 30대가 빠지기 쉽고 여론조사의 핵심인 무작위성을 해치는 통제불가능한 요소가 많아 한계가 있다. 이렇다 보니 젊은층 지지가 높은 민주당을 비롯 일부 야당들은 아예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 지지율이 높은 후보를 실제 투표에서 지지하는 '밴드왜건 효과'뿐 아니라 약한 후보를 동정하는 '언더독 효과'도 있는 만큼 결과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최근 충북지역 선거판세를 좌지우지했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후보 지지율 격차가 일부 지역에서 10% 이상 차이가 날 정도였다. 충북지사 선거의 경우 방송 3사와 한겨레신문은 지난 18일 한나라당 정우택 후보와 민주당 이시종 후보가 3.9~4.2%P의 승부를 벌인다고 분석했지만, 동아일보는 정 후보(43.4%)가 이 후보(34.1%)를 9.3% 앞선다고 보도했다.

또 25일에는 CJB가 정우택 38.2%, 이시종 32.9%로 5.3%P 정 후보가 이기는 것으로 발표됐으나 다음날 KBS MBC에서는 정우택 43.9%, 이시종 34.7%로 9.2%P나 벌어졌다.

여기에 27일 공중파 방송 3사가 공동으로 조사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이 후보보다 5.7%P 앞서는 것으로 나오는 등 격차가 5%와 9%대에서 지속되면서 우위에 있는 정 후보 측조차도 도대체 무엇이 맞는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이처럼 박스권에서 꾸준한 차이가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하루 사이에 여론조사결과에서 후보들의 지지율이 10%P 이상의 격차가 벌어지기도 한다. 최근까지 1~3%P 정도로 엎치락뒤치락하던 청주시장 선거의 경우 25일 CJB조사에서 민주당 한범덕 후보(42.3%)가 한나라당 남상우 후보(41.3%)를 1%P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26일 KBS·MBC 공동여론조사에선 한 후보(48.4%)와 남 후보(35.8%)의 차가 무려 12.6%P나 차이가 난 것으로 조사됐다. 남 후보가 해당 언론사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소동까지 빚어졌다.

청원군수도 민주당 이종윤 후보와 한나라당 김병국 후보의 지역 신문 여론조사는 5.3%P에 불과했으나 26일의 방송사 조사에서는 이종윤 44.1%, 김병국 25.6%로 무려 18.5%p나 벌어지는등 2~3일 사이 조사결과는 널뛰기였다.

쏟아지는 조사 속에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정책과 공약, 인물을 보고 꼼꼼한 선택이 요구된다.

이제 선거가 딱 5일 남았다.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집으로 배달된 공보물을 한번이라도 보고 선택의 날을 기다리자. 여론조사는 조사일 뿐이다. 출구조사 조차 맞지 않는 한국적 특수한 조사환경 속에서 투표함을 열어볼 때까지 섣부른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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