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는 인격과 리더십 평가의 현장
필드는 인격과 리더십 평가의 현장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5.24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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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이승우 <청주 해찬들(상우유통)대표>

지난 주말 지인들과 함께 라운드를 했다. 오랜만의 라운드라 이런저런 걱정은 됐지만 일단 동반자를 따라 나섰다.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전경이 마음을 평온하게 했기 때문이다.

잘 정리된 호수와 시원하게 솟구치는 분수 물줄기, 5월의 신록과 페어웨이의 푸른 잔디가 조화를 이룬 싱그러운 골프장은 더욱 그랬다. 호수 위에 떠 있는 두 개의 티잉그라운드(Teeing Ground)도 색다른 느낌을 더해 줬다.

간단한 스트레칭 후 첫 티샷을 했는데 긴장한 탓인지 만족할 만한 샷이 되지는 않았다. 하여 은근히 화도 났다. 그렇다고 동반자들에게 그런 마음을 표출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하는 생각을 하며 이동하다 보니 문뜩 "인격을 종합 평가하고 리더십을 다면 평가할 수 있는 곳이 필드"라는 말이 떠올랐다. 세계적인 CEO 잭 웰치관련 어떤 글에서 본 듯한 내용이었다.

GE에서는 잭 웰치의 전임인 레그 존스 회장 시절부터 마스터스 대회가 열리는 미국의 오거스타CC에서 현직과 역대 임원들이 모여 토너먼트 대회를 하는 전통이 있는데, 이런 골프모임을 통해 친목도모와 팀워크 구축은 물론 차기 CEO나 임원의 자질을 관찰한다고 한다. 잭 웰치 및 그 후임자인 제프리 이멜트도 골프를 통해 CEO로 발탁됐다고 한다.

이해가 가는 일면이 있는 듯싶다. 특히 다음과 같은 내용이 그렇다. 라운드를 하다 보면 동반자들의 다양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언행과 복장일 것이다. 골프는 매너를 중시하는 운동인 데다, 지정된 복장을 착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골프장에 맞는 복장은 제대로 갖추었는지, 시간적 여유를 두고 도착하여 접수 및 기본 룰(Rule) 숙지 등 필요한 준비는 제대로 하는지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다음은 도덕성일 것이다. 스코어(Score)는 정확하게 기록하는지, 동반자의 동의 없이 샷에 불리한 볼을 임의로 좋은 위치로 옮기는 등 비양심적인 행동은 하지 않는지, 동반자나 다른 골퍼들의 라운드를 방해하거나 불쾌감을 주는 언행은 하지 않는지 등 '기본 룰 준수' 여부를 자연스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략적 사고도 엿볼 수 있다. 지형과 날씨 등 현장상황 진단은 물론 호기와 위기를 제대로 파악하고, 상황에 맞게 자신의 특성과 장점을 살려 침착하게 라운드 하는지, 위험에 직면했을 때 돌아가는 지혜는 있는지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성품과 대인관계 능력 파악도 가능하다.

미스 샷을 했을 때 화를 내거나 변명은 하지 않는지, 실수 후 당황하여 평상심을 잃지는 않는지, 동반자와 즐겁게 라운드 하는 능력은 있는지, 동반자들에게 기본적인 예의는 지키는지 등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도전성, 책임감 등 다양한 면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들을 생각하며 직접 체험하다 보니 사람을 평가하는 데 이만한 잣대도 없는 듯하다. 어쨌든 지난 주말 라운드는 내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됐다.

이제 6.2지방선거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선택할 후보는 과연 어느 정도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이런 잣대로 한번 평가해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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