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통로는 생명로
소방통로는 생명로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5.20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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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원준희 <충주소방서 현장대응단장>

누구나 한 번쯤 재래시장에 가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안에는 물건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으로 북적거리며 길가에는 많은 좌판들이 놓여 있다.

직업 정신 때문인가.

이런 재래시장의 모습을 보고 있을 때면 필자는 문득 '여기서 화재라도 난다면 소방차가 제대로 다닐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는 비단 재래시장 이외에도 좁은 골목길이나 곳곳에 주·정차된 차들, 그리고 소방통로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아파트와 꽉 막힌 도로 등을 볼 때도 어김없이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기도 하다.

소방통로는 화재 발생 시 소방차가 출동·진입하는 포괄적인 공간이다.

소방통로가 확보되지 않을 시에는 화재발생지점까지의 소방력 출동 시간이 지연되는데 이는 1차적으로 인명·재산 피해의 증가를 야기한다.

또 소방력 출동시간 지연으로 인해 화재를 진압해야할 소방대원들의 심적 긴장감과 부담감이 증가하게 되는데 이는 화재진압에서의 안전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물론 소방기본법 제50조에서 '소방차의 원활한 출동을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법규를 현실에 적용하는 데에는 모호한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소방차의 원활한 출동을 방해한 자'에 대한 판단에서부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화재라는 긴급 상황에서는 그러할 시간적 여유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2003년에는 약물 음독환자를 이송하는 구급차량을 약 30정도 진행 방해로 법정 구속된 젊은이가 있었다.

피의자는 회사원으로서 차 안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아 몰랐다고 진술했으나 구급차량이 경적을 울리면서 1차선 및 2차선으로 추월하는 것을 수차례에 걸쳐 방해해 병원도착이 지연돼 생명의 갈림길에서 명을 다하고 말았다.

구급차량이 5분만이라도 빨리 병원에 도착하였다면 혹시 사망까지는 가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화재·구조·구급과 같은 긴급재난상황을 대비해 소방통로 확보를 일상생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불법 주·정차 단속을 강화하고 실효성 있는 제재를 가함으로써 소방통로를 확보해야 한다.

물론 주차공간 부족이 불법 주·정차의 주원인이라면 근본적 해결방안으로는 주차공간을 확보해 주는 것이 필요하겠다.

또 여기에 필자는 아예 운전면허시험에 소방통로 확보 훈련을 포함하는 것이 어떤가 싶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에서도 유럽의 어느 나라에서처럼 소방차가 출동할 때 막힌 도로에서 '모세의 기적'이 일어날지 모를 일이다.

소방통로는 우리의 가족과 재산을 지키는 생명로(路)이다.

이러한 생명로를 확보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 대한 배려이자 우리 모두의 생명을 지키는 그 무엇보다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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