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을 주는 곳
기쁨을 주는 곳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5.17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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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최현성 <용암동산교회 담임목사>

요즘 일상생활 가운데 작은 기쁨을 주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교회 뒤에 있는 작은 정원입니다. 보기에 아주 작지만 그곳에 꿈이 있고, 생기가 있고, 생명이 있습니다. 교회 뒤 정원에 앉아 있으면 그냥 마음의 평온함을 느낍니다. 울타리에 넝쿨 장미가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 참 아름답게 보입니다.

며칠 후 환하게 피어 붉게 물들고, 분홍으로 물들고, 주황으로 물들고, 마치 물감을 찍어놓은 듯 지나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환하고 힘차게 해 줄 생각을 하면 입가에 웃음이 번집니다. 앙상하게 가지만 드러내던 감나무에도 제법 연한 초록의 잎이 많이 돋아났습니다. 언젠가는 그 감나무에서도 열매를 거둘 때가 있겠지요?

작년에 복숭아나무에 복숭아가 한 개 달려 외로움을 더 하더니, 올봄에 화사하게 꽃을 피우더니 제법 많은 복숭아가 달렸습니다. 초록매실과 홍매실도 녹색의 잎에 붉은 물을 들이고 커가고 있습니다. 수돗가에 앵두나무는 벌레가 먹었는지, 사랑의 돌봄이 부족했던지 울상이 되어 있는 모습이 보기에 애처롭습니다. 새로 심은 작은 주목도 정원의 일원으로 살아남기 위해 뿌리를 내리고 새순을 돋아 내고 있습니다. 잡초들도 여기저기 막 돋아난 것 같지만 모든 것들과 조화를 이루며 정원을 예쁘게 수놓고 있습니다. 질경이를 바라보며 이리저리 밟혀도 굴하지 않고 솟아오르는 엄청난 힘과 용기와 인내를 배우게 됩니다.

예쁘게 피었던 영산홍도, 제비꽃도, 향기를 뿜어내던 라일락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겸손함으로 꽃잎을 다 떨구고 생명의 호흡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어린 백송(白松) 한 그루가 푸른 모습으로 그 모든 것들을 지켜보며 초지일관(初志一貫) 변함없이 그 자리에 서서 이 모든 것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몇 분의 정성으로 조그마한 텃밭도 만들었습니다. 작은 공간이지만 고추모를 사다 심고, 상추씨를 뿌렸습니다. 언젠가는 밥을 상추에 싸서 고추장에 고추를 찍어 식탁의 사랑을 나누며 맛있게 먹을 날을 기대해 봅니다. 생각만해도 입맛이 당기고, 온몸에 짜릿함을 느낍니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서 썩어져 싹을 틔우고, 가지와 줄기를 내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성경의 진리를 깨닫게 됩니다.

새벽기도회에 오면서, 아침마다 출근하면서, 교회에서 일하면서, 저녁때 퇴근하면서 '얼마나 자랐나?'하고 들여다보는 재미가 꽤 있습니다.

철학자 에릭 프롬은 '사랑은 관심이다'(Love is concern)라는 말로 표현했는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가꿀 때마다 텃밭에 모든 생명은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자라갈 것입니다.

날이 무덥고, 내리쬐이는 볕이 따가울지라도 귀엽고 소중한 모습으로 조금씩, 조금씩 자라가고 있습니다. 한 번에 쑥 자라나지 않고 계단을 밟듯 조금씩 자라고 있습니다.

생명이 그곳에서 조용히 침묵하며 움트고 있음을 봅니다. 인간의 즐거움을 대변하듯 참새들이 날아와 깃들고, 나무와 나무 사이를 날며 이런 저런 소리로 온갖 기쁨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수도에 호스를 꽂고 물을 뿌리면 모든 것들이 생기를 머금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와 온갖 시름을 잊게 해 줍니다.

일상의 삶 속에서 느끼는 작은 기쁨과 행복이 모든 사람들의 삶 속에도 영원히 지속되길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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