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배달하는 우체부 아저씨
사랑을 배달하는 우체부 아저씨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4.17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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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가 없던 시절 매일 매일 서민들의 기쁨과 눈물을 가득 담아 전하는 우체부 아저씨는 모든 이들에게 반가운 손님이었다.

그러나 전기통신기기의 발달로 집집마다 전화기에 핸드폰이 넘쳐나고, e-mail을 통해 사연을 전달하는 요즘도 우체부 아저씨를 손꼽아 기다리는 곳이 있다.

단지 이들이 기다리는 것은 옛날처럼 우체부 아저씨 손에 들린 편지가 아니라 김밥, 음료수, 농약, 장갑, 밑반찬 등으로 그 내용이 변화했을 뿐이다.

보은우체국 물류과 이창구 집배실장(47)은 우편물만 배달하는 것이 아니라 생필품에서 공과금 처리 등의 생활 심부름을 도맡아 해주고 있어 주민들로부터 칭송이 자자하다.

매일 아침 6시 30분이면 우체국에 출근해 그날 우편물을 분리하다보면 주민들로부터 걸려오는 생활 심부름 전화를 받는다.

전화 내용은 농민들이 새참으로 먹을 김밥에서부터 콩나물 등 밑반찬 주문까지 내용도 가지각색.이 실장이 주민들에게 주문받은 생활필수품에 우편물 700∼800통을 오토바이에 싣고 배달하는 곳은 내속리면 일대로 하루 이동거리만도 200리에 달한다.

이 실장은 “겨울철에는 하루 2∼3건, 요즘처럼 농번기에는 5∼6건의 생활 심부름 전화를 받는다”며 “매일 주민들과 만나는 우체국 집배원이면 누구나 이 같은 생활 심부름을 하고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특히 이 실장은 홀로사는 노인들과 밭일하는 주민들에게 때때로 막걸리를 제공하기도 하고 지난해 어버이날에는 내속리면 북암1리 주민들에게 대천에서 직접 구입한 조개와 음료수, 막걸리 등을 대접해 즐거움을 줬다.

‘남보다 일을 더한다’,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한해를 산다’는 좌우명을 핸드폰에 입력해 마음이 나태해질 때면 핸드폰을 열고 다시 마음을 고쳐먹는다는 이 실장을 두고 지역주민들은 ‘지역에 없어서는 안 될 감로수 같은 인물’이라고 칭송이 자자하다.

지난 91년 충청체신청장 표장을 받은 것을 비롯해 아산사회복지재단으로부터 효자상을 받기도 한 이 실장은 “28년 동안의 집배원 생활 중 79년 겨울 삼가저수지 인근에서 많은 눈으로 절벽에서 떨어진 노인을 구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우체국 집배원이 천직인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보은 김주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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