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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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08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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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 아내가 자주 아프다 아내가 자주 몸을 힘겹게 풀고 눕는다.

겨울밤 아내의 앓는 소리에는 바람이 산다 바람이 태어나 첫 만남과 그 약속들을 묻고 지나간다.

그 바람 속에는 성에도 끼지 않는 집이 덩그러니 세워져 있다.

문득문득 터지는 플래시처럼 밤풍경들이 산자락 나무들이 사방으로 몰려와 놀란 표정으로 엿보는 그 집 속에는, 녹슨 철사 같은 머리카락을 기르며 아내가 누워 있다.

그때마다 하얗게 숨을 죽인 텔레비전은 한쪽에서 채널을 바꾸고 있다 전기장판 위에 웅크리고 가습기처럼 앓는 소리에는 창을 흔들고 가는 바람이 자란다.

밤새 얇고 투명한 집을 지키는 바람이다.

-시전문지 ‘애지’에서<감상노트 designtimesp=10914>아내는 이미 힘들다.

몸을 풀어 아이를 낳고 피를 짜내어 젖을 주었지만, 빈 허물만 남은 아내가 아프다.

그걸 알 리 없는 남편은 너무나 멀리 갔다 온 손님처럼 주저앉아 낙담을 한다.

그 허물 안에는 바람이 들어와 산 지 오래된 듯 하다.

녹슨 철사를 게우는 아내의 발치에서 플래시처럼 터지는 반성은 이미 늦은 것인가. 채널을 바꾸지만, 아내의 신음은 하나로 통합된 공중파처럼 바람 소리를 낸다.

아내여, 왜 그리 못나게 사셨는가. 이제 그대를 위해 무슨 정성으로 살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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