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 후 부활 변치않는 불문율
수난 후 부활 변치않는 불문율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4.12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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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강연철 <음성 감곡성당 보좌신부>

밤 10시 반이 되었는데 전에 있던 성당에서 저를 잘 따르던 한 학생이 문자를 보냈습니다. "아! 졸리다. ㅋㅋㅋ" 이제 고등학교를 들어간 아이인데, 아마도 10시 야간 자율학습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승합차에서 보낸 문자 같았습니다.

"졸리면, 얼른 집에 가서 푹 자렴! 뭐니 뭐니해도 잠이 보약이야!" 아이를 위로한답시고 보낸 답이었습니다. 그랬더니 이내 다시 문자가 왔습니다. "신부님! 저 고딩이잖아요" 맞다! 고등학생이지. 잠이 보약인 줄 잘 알지만, 그 맛있는 잠을 푹 잘 수 없는 불쌍한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구나.

고등학생임을 인정하는 순간 저는 더 이상 어떤 위로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고등학생이라면 당연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임을 인정해야 하니까 말입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불문율처럼 받아들여지는 현상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중 한 가지가 자녀 저출산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희 청주교구에서는 자녀의 출산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최근 1년 동안 셋째 자녀를 낳은 가정에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출산 장려금 50만원이라는 액수가 아이를 낳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될 리 만무합니다.

그러나 큰 도움은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교회가 관심을 갖고 있고, 지지하고 있음을 알리고자, 더 많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자 격려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입니다.

각 성당 사목자들은 젊은 부부들에게 아이를 많이 낳으라 독려합니다. 아이가 둘이면, 너무 외롭다. 적어도 셋은 되어야 한다, 나중에는 아이가 많아야 다복하다, 아이 낳고, 돈 벌고 일석이조 아니겠느냐? 온갖 좋은 이유를 들며 그들을 설득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독려하는 사목자에게 젊은 부부들은 묻습니다. "아이를 낳으면 누가 키워요?" 사회 구조적 안전망이 갖춰져 있지 않는 한 아이를 마음 놓고 낳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맞벌이를 하는 부부들에게 아이의 출산은 큰 산이며, 아이를 양육하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많으면 다복하게 될 줄 알지만, 낳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를 꼽으라면 정치인에 관한 것입니다. 선거철이 되었습니다. 선거에 뛰어든 후보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이라면 어떻게 알고 찾아가 자신을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립니다.

자신을 뽑아 준다면 국민의 충실한 종이 되어 열심히 활동하겠노라 다짐하며 연방 허리를 굽실거립니다. 국민 여러분의 권익을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바칠 듯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을 소중히 잡고, 한 표를 부탁합니다.

그 간절한 모습에 마음 착한 국민들은 어느새 마음을 열고,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보태겠다고 결심을 합니다. 하지만, 그 표를 얻어 당선되었을 때, 국민들이 무엇인가를 요구하며 나서게 되면, 그들은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저는 당의 입장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아! 그렇구나. 그는 정치인이지?

우리의 의견을 묻고, 반영할 것으로 기대하고 뽑지만, 그는 우리와 상관없는 정책의 정당에 속해 있기에 우리와 상관없는 입장을 따라야 하는 사람인 것입니다. 믿고 마음을 주지만, 그는 우리의 마음만 받을 뿐 자신의 마음은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바야흐로 절기는 만물이 생명력으로 약동하는 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교회도 영원한 생명을 희망케 하는 부활을 경축하였습니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의로운 수난과 고통이 지나고 나면 영광된 부활이 오는 것은 또한 변치 않는 불문율입니다.

이 불변의 진리처럼 어둠을 지나고 있는 우리의 학생, 젊은 부부, 그리고 유권자들에게도 이 어둠의 끝에 밝은 희망! 부활이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어쩜 그 부활을 준비하기 위해 우리가 어둠의 3년을 견뎌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6월이면 그 빛이 좀 보이려나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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