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맛 '냉이'
봄의 맛 '냉이'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4.05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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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최현성 용암동산교회 담임목사

지난주에는 계속해서 봄비가 내리고, 날씨가 제법 쌀쌀했습니다. 아마 봄이 깊어가는 길목에서 봄을 시샘하는 듯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석푸석하던 대지가 물기를 머금고 새로움으로 가득합니다.

봄비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우리를 부르고 있는 듯합니다. 아니 세상의 모든 만물이 마치 그 부름에 응답하고 있듯이 보입니다. 나뭇잎은 말랐던 줄기를 비집고 싹을 틔우고, 얼었던 대지는 희미한 모습으로 갈라져 꿈틀거리고, 말랐던 모든 만물들은 생기를 머금고 환하게 웃고 있고, 비 갠 뒤 화창한 봄볕은 그야말로 눈이 부십니다.

아마 봄의 느낌은 자연이나 사람이나 다 같을 것입니다. 봄이 오면 사람도 두꺼운 옷을 벗어 버리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추위와 더불어 움츠러들었던 몸이 기지개를 켜고, 아픔과 고통 속에 주름살 잡힌 얼굴이 따스한 햇볕 속에 미소를 띠고, 두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다보면 날아가 버릴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봄이 되면 누구나 설레는 마음으로 희망에 찬 봄을 맞이하게 됩니다. '봄'이라는 말이 주는 어감은 새롭고 신선하며 그윽한 향기가 배어나오기 때문입니다. 봄기운, 봄비, 봄나물, 봄바람, 봄나들이, 봄처녀, 봄꽃, 봄맞이.

봄이 되면 우리에게 상큼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여러 가지 것들이 있습니다. 시골길을 가다보면 정겨운 그림들이 많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상큼한 봄바람을 맞으며 나물 캐러 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두고, 두고 잊지 못할 그림입니다.

며칠 전 교인들과 냉이를 뜯으러 갔습니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우리의 코를 찌르며 반기는 냄새가 있었습니다. 소똥냄새인지, 말똥냄새인지, 오래 썩어 나는 짚 냄새인지 모르지만, 어릴적부터 이런 냄새에 얼굴 찡그리지 아니하고 그냥 그것을 '정겨운 시골냄새'라고 표현했습니다

논둑과 밭둑에 많은 풀들이 있었고 그것들과 어울려 있는 냉이의 모습은 정말로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갑자기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많은 풀 사이에서 우리의 눈에 띄기 좋을 정도로 아름답고 귀한 모습으로 삐죽이 돋아나 있는 풀, 그것이 바로 냉이였습니다.

냉이는 들에 보통 나며 봄 일찍 흰 꽃이 피고 열매는 삼각형이며, 십자모양으로 꽃이 피기 때문에 십자화과(十字花科)에 딸린 이년생 풀이라고 말합니다. 아마 십자 모양으로 꽃이 피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그 어린 잎으로 국을 끓여 먹으면 냉이국, 삶아서 무쳐 먹으면 냉이무침, 생으로 여러 양념들과 버무려서 무쳐 먹으면 냉이생무침(냉이회)이라고 합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흙을 만지며 흙과 더불어 시간을 보내는 그 자리야말로 천국이었습니다. 그곳에 슬픔도, 아픔도, 고민도, 미움도, 시기도 없었습니다. 얼굴표정과 마음에 기쁨의 샘이 솟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며 하나님의 나라(천국)를 상상해 보았습니다. "아! 이런 곳이구나!"

나물 캐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두 손 모아 기도해 봅니다. 주여! 모든 이에게 싱그러움과 상큼함 그리고 희망과 생명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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