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속의 날씨이야기
신화속의 날씨이야기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4.14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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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라는 황순원씨의 단편소설이 있다.

남자 주인공 이름이 ‘소나기 소년’으로 기상현상을 주인공 이름으로 삼은 소설이기도 하다.

‘소나기’는 소나기 소년과 윤초시네 증손녀 딸과의 가슴 아린 사랑이야기를 그렸다.

시골에서 자란 탓인가. 읽어가다 보면 아름다운 시골 정경이 눈에 잡힐 듯 선하게 다가온다.

- 소년과 소녀의 만남, 개울가에서의 사연, 산에 갔다가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 원두막으로, 다시 수숫단 안으로의 피신, 따뜻한 체온, 무명겹저고리를 벗어 덮어주는 모습, 물이 불어난 개울가에서 등에 업힌 소녀, 스웨터에 물든 반점, 소녀의 병과 죽음, 소년 부모의 마지막 내레이터 -정말 저렇게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있을까. 그 후 사춘기 내내 나는 ‘소나기 소년’과 같은 사랑을 해봤으면 하고 가슴 앓곤 했고, 그 바람에 소나기만 오면 꼬박 비를 맞으며 청주 북문로를 헤매곤 했다.

아름다운 사랑을 그리면서 말이다.

소나기는 알 수 없는 마력(magic)이 있는 모양이다.

나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공주도 소나기의 매직에 넘어갔으니 말이다.

“딸이 아이를 갖게 되면 그 아이가 당신을 죽일 것이다” 무시무시한 신탁을 전해들은 왕은 고민에 빠진다.

사랑하는 딸이 낳은 아들에 의해 자신이 죽는다는 신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몇 달 동안 머리를 짜낸 끝에 찾아낸 묘안은 단 한사람의 남자도 만나지 못하게 청동으로 만든 탑 안에 딸을 가두는 것이었다.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청동 탑 안에 갇혀 자라난 공주는 심성이 곱고 착한데다 백조처럼 아름다웠다.

창가에 비치는 달이 아름다움에 샘을 내고, 햇빛은 탑 안에 들어와 공주의 자태를 구경하곤 했다.

바람은 공주의 아름다움을 온 하늘과 땅에 은밀히 전하고 다녔다.

소문을 들은 천하의 호색한 제우스 제왕이 가만있을 리 없었다.

아내의 바가지로 바람피우는 것을 조심하고 있기는 했지만 타고난 난봉기질을 숨기지는 못했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게 공주와 관계를 맺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궁리 끝에 짜낸 비책은 황금소나기가 되어 공주의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마침내 제우스는 황금 소나기가 되어 청동 탑의 지붕을 타고 안으로 스며들어갔다.

소나기란 한낮의 무더위를 해소시켜주는 신선함이 있다.

풍부한 음이온과 함께 불어오는 바람은 사람들의 마음을 상쾌하게 고양시켜준다.

제우스의 소나기는 황금으로 만들어졌으니, 빛나는 아름다움까지 갖춘 셈이다.

매춘부의 기원을 이때 황금을 받고 몸을 팔았던(?) 다나에 공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공주가 황금에 눈이 멀어 제우스에게 몸을 팔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주의 경우에는 황금의 물질적 가치보다 황금의 순수한 아름다움에 취했던 것 같다.

황금은 고귀함과 순수함의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다.

외로움에 빠져 있던 공주는 천장에서 떨어지는 황금 소나기에 옷을 적시면서 그 빗방울에 입을 맞추었다.

황금 소나기는 다나에의 몸과 몸을 어루만지며 다리 사이 깊은 곳으로 흘러 들어갔다.

호색신 제우스는 결국 황금소나기를 이용해 아무것도 모르는 처녀 공주의 몸을 탐하고 만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황금소나기 안에 씨를 숨겨 공주를 잉태케 한 이야기는 최근 인공강우에서 비구름 안에 씨(seed)를 뿌리는 것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황금소나기의 씨에서 잉태되어 태어난 사람이 그리스의 영웅 페르세우스인데, 아기를 잉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외할아버지에 의해 어머니와 함께 쫓겨나게 된다.

이때부터 시작되는 그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이야기가 페르세우스 신화이다.

그는 머리카락이 모두 뱀인 메두사를 처치하고 돌아오는 길에 이디오피아 해안에 묶여 있던 안드로메다 공주를 구출하여 아내로 맞아들인다.

페르세우스는 금의환향하여 어머니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온다.

외손자가 돌아왔다는 소식에 죽임 당할 것을 걱정한 외할아버지는 도망쳐 버리고 만다.

하지만, 심성이 착한 페르세우스는 외할아버지를 해칠 마음이 전혀 없었다.

객지에서 고생하고 있을 늙은 외할아버지를 찾아다니던 어느날, 페르세우스가 운동경기에 출전하여 던진 원반이 우연히 한 노인에게 명중하게 된다.

원반에 맞은 노인은 그토록 애타게 찾았던 외할아버지 아크리시우스 왕이었다.

제우스와 다나에 공주 사이에서 태어나 반인반신(半人半神)의 성품을 지닌 페르세우스는 미케네 왕국을 건설하고 초대 왕이 되었다고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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