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에서
봄이 오는 길목에서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3.1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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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최현성<용암동산교회 담임목사>
지난주에 마음 가깝게 느끼는 동무에게서 문자를 받았습니다. "산은 겨울이요, 마음은 봄입니다. 개나리 천지인 날을 기대하며…."

'몸도 마음도 웅크러들었던 겨울이 있었던가' 할 정도로 우리의 마음을 여는 봄입니다.

지난주 내렸던 눈이 무색할 정도로 화창한 날씨가 이젠 완연한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저희 교회 주변 공터에 어느 분이 겨울에 정성껏 씨(마늘)를 뿌리고, 흙 위에 노란 등겨를 덮어놓았는데 이제 그곳에 생명의 싹이 파랗게 이곳, 저곳에 돋아나는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언 땅을 많은 이들이 밟고 지나가기도 하고, 모진 비바람도 불었고, 매서운 눈보라가 그 자리를 덮었어도 제자리에서 웅크리지 않고 안간힘을 다 쓰며 열매를 맺기 위해 언 땅을 비집고 나오는 모습이 황홀하기도 합니다.

이제 며칠 후면 춘분(春分·21일)입니다. 춘분은 우리나라 24절기 중에 하나이고 태양이 적도 위를 직각위로 비추는 날로 양력 3월 21일입니다. 시인 이성교씨가 '춘분은 해와 달이 입 맞추는 날'이라고 묘사하고 있듯이 이날은 일 년 중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이기도 합니다. 이제 어둠이 점점 물러가고 빛이 우리의 삶에 더 깊이 들어오는 좋은 계절이기도 합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자연속에서 느끼는 봄의 소리를 적어봅니다.

'얼었던 땅덩어리가 기지개를 켜기 위해 힘을 모으는 안쓰러운 모습을 봅니다.

우리의 얼었던 마음이 열기로 채워짐을 느끼게 됩니다.

얼었던 대지를 비집고 온몸에 상처를 내며 솟아오르는 새싹의 몸부림을 봅니다.

새 생명을 잉태하려는 고귀한 몸부림입니다. 먼 산을 바라보면 하얀 옷으로 치장하고 맘껏 아름다움을 뽐내던 눈도 서서히 그 위용을 흐트러뜨리고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얼음 사이를 비집고 졸졸졸 흐르는 냇물소리를 듣습니다.

오랜 시간을 기다리다가 내는 소리이기에 그 소리가 청아하게 들립니다.

따스함을 기다린 새들의 날갯짓과 지저귀는 노랫소리를 듣게 됩니다.

밝고 아름답고 깨끗한 티없이 맑은 소리입니다.

햇빛에 먼 곳을 바라보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봅니다.

교만하던 우리의 마음속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가 보입니다.

성급한 나무들은 벌써 꽃봉오리를 터뜨리며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어납니다.

굳었던 우리들의 모습이 환하게 피어나는 느낌을 받습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들려오는 봄의 소리들 속에서 겸손한 삶의 자세를 갖게 됩니다. 새싹이 움트는 소리, 얼음을 깨고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 아지랑이 피어 오르는 소리, 언 땅이 녹아 갈라지는 소리, 언 땅을 비집고 올라오는 생명의 소리….

이 모든 소리들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깨닫고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모두 하나님의 위대하심과 은총을 찬양하는 모습입니다. 온 맘과 온 힘과 온 정성을 다해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모습입니다. 하나님이시여! 자연의 현상들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아 겸손해지게 하시고,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새싹들을 통해 모든 일에 감사하게 하시고, 우리의 마음속에 자연을 통해 들려주시는 세미한 음성을 듣게 하셔서 생명력 있는 삶을 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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