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봄이 오면
꽃 피는 봄이 오면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3.0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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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강대헌<충북인터넷고교사>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고,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핀다. 그런데 오는 봄을 헷갈려 하는 사람들도 있다. 갖가지 이유들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심정이 되어 괴로운 사람들이다.

꽃 피는 봄이 오면, 당신은 어디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먼저는, 단단하게 얼어붙어 있던 몸과 마음에 기지개를 켜야 한다. 기지개를 켤 때는 서서히 힘을 주어 천천히 조심스럽게 기운을 밖으로 뻗쳐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단번에 뻗쳐대다간 큰코다칠 수도 있다. (당신의 혈압이 위험수준으로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고 꼭 꼬집어서 말을 해야 하는가) 좋은 것에도 절제가 따르는 법이다.

그러고 나서 말할 것도 없이 대청소를 해야 한다. 집 안 구석구석 쌓여있던 케케묵은 먼지를 털어내야 한다. 청소는 일종의 거룩한 노동이다. 수도원(修道院) 같은 곳의 일과 중에는 반드시 청소가 들어가 있다. 청소(淸掃)라는 행위를 통해 인간은 청결(淸潔)과 청빈(淸貧)의 길을 지치지 않고 걸어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더럽고 지저분한 곳에는 나쁜 기운이 찾아오게 마련이다.

그러고 나서 튼실한 씨앗을 뿌려야 한다. 막상 봄인데도 팔짱만 끼고 아웃사이더(outsider)처럼 구는 이는 어리석다. 소매를 걷어붙이고 부지런히 씨앗을 땅의 심지에 맞닿게 해야 한다. 땅은 일단 정직하다. 주는 대로 받는다. 그렇지만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나중에 기쁨으로 단을 거두려면, 눈물로 씨앗을 뿌려야 한다. 눈물을 뿌려야만 얻을 수 있다(No tears, no gains).

그러고 나서 꽃에다 눈길을 주고 말을 건네야 한다. 앉은뱅이 채송화를 보고는 일어서라고 말해봐야 하고, 솜털조차도 슬픈 할미꽃을 보고는 구부러진 허리를 펴보라고 말해봐야 한다. 봄에는 다른 것에 한눈팔지 말고, 오직 꽃의 정령(精靈)과 만나서 말할 수 없는 그리움에 병든 자신을 드러내 살갑게 보듬어 줘야 한다. 무슨 꽃이든, 꽃을 놓치고 만 봄은 어딘가 허전할 테니까.

꽃 피는 봄이 오면, 나는 누구처럼 트럼펫을 불고 싶다.

2004년에 영화 '꽃 피는 봄이 오면'에서 현우(최민식 분)가 트럼펫을 불었다. 지금도 아련하게나마 타이틀 곡(Spring in My Heart)의 선율이 들리는 듯하다. 얼마 전에 어느 음악방송을 통해 그 곡을 다시 듣게 되었는데, 나는 몽환적(夢幻的)인 상태가 되어 견딜 수 없었다. 곡의 연주가 마쳐질 때까지 그저 가만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나의 거친 상념(想念)을 말없이 받아주는 푸른 바다가 다시 떠올랐고, 어느새 현우의 짙은 우수(憂愁)가 스멀스멀 내 곁으로 다가와 있었다.

모쪼록 봄을 잘 보내야만, 여름과 가을과 겨울도 몸살을 앓지 않고 거뜬할 수 있으리라. 봄을 잘 보내려면, 어디 한번 고양이와 친해지자.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고운 봄의 향기(香氣)가 어리우도다."(이장희,'봄은 고양이로다'의 1연)

꽃 피는 봄이 오면, 나도 현우처럼 트럼펫을 불고 싶다. 내 간절한 트럼펫 멜로디로 날랜 고양이를 낮잠 들게 하고 싶다. 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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