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의 恨 푼 아름다운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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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0.03.03 2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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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 거액 장학금 기탁 할머니 묘역 조성
떡장사하며 난방비 아껴모은 전재산 내놓아

57년동안 10억이상 4명… 매년 장학금 지급

충북대학교 대운동장 뒤편 양지바른 언덕을 오르면 묘역이 있다. 이 대학에 거액의 장학금을 기탁한 할머니들을 기리기 위해 만든 곳이다. 이곳에는 청주에서 욕쟁이 할머니로 유명했던 고 김유복례 할머니(1997년 작고)가 잠들어 있고 그 옆에는 신언임 할머니의 가묘가 있다.

충북대에는 개교 57년 동안 10억원 이상의 거액을 기탁한 4명의 할머니들이 있다. 모두 구두쇠로 불릴 만큼 짠순이였지만 기부에는 큰 손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전 재산을 내놓았다.

거액 기탁자 1호인 고 김유복례 할머니는, 떡장사와 국밥집을 운영해 모은 15억원(1979년 당시) 상당의 전 재산을 1979년 충북대에 기탁했다. 지금 시세로 따지면 100억원이 넘는 재산이다. 1910년생인 김 할머니는 16세에 결혼했지만 청상이 됐고 슬하의 3남매마저 모두 잃는 아픔을 안고 살다 87세의 일기로 지난 1997년 작고했다. 김 할머니가 기탁한 장학금으로 매년 10명 가까이 학업을 유지하고 있다.

두 번째 주인공은 가묘의 주인 신언임 할머니(79)다. 신 할머니는 청주시 남문로(현 롯데영프라자 인근)에 위치한 30억원 상당의 건물을 1993년에 충북대에 내놓았다. 겨울에는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보일러를 틀지 않을 뿐 아니라 수십년 된 냄비도 버리지 않을 만큼 짠순이로 유명하다. 결혼 후 가진 아이를 유산한 후 슬하에 자녀를 두지 못해 결혼 10년 만에 혼자 몸이 된 그녀는 만물가게를 하며 담배와 수입인지를 팔아 재산을 모았다. 1993년 6월 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장학금 기탁식에서 충북대 학생 1만2000명이 '어머니'라고 외쳤을 때가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하고 있는 신 할머니. 그녀의 기탁금의 수익으로 매년 10명이 넘는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고 있다.

세 번째 기탁자는 고 최공섭·전정숙 부부(83)로 지난 1997년 22억원 상당의 건물을 기증했다. 일제 때 이화여고를 졸업할 만큼 엘리트였던 전정숙 할머니는 축구선수였던 최공섭씨와 결혼했고 1년 후 남편이 부상으로 실명하면서 실질적인 가장으로 힘든 삶을 살아야했다. 눈 먼 남편의 수발을 위해 자식을 아예 낳지 않았던 전 할머니는 몇 년 전 남편이 작고하면서 지금은 사회봉사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기부의 여왕이자 적십자 자원봉사 7000시간 이상을 기록한 봉사의 여왕이기도 하다.

마지막은 임순득 할머니(88)다. 지난 1999년 청주시 운천동 대로변에 자리잡은 12억 상당(지상5층짜리 상가건물)의 건물을 내놓았다. 임 할머니는 6·25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시모와 어린 딸을 데리고 콩나물, 두부, 묵 등을 만들어 팔아 생활해 일명 '콩나물 할머니'로 불렸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학교 문턱에도 가본 적 없던 할머니가 내놓은 기탁금으로 손주같은 학생 수십명이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일명 '할머니 장학금'을 받았던 학생들은, 명절이나 할머니들의 생일이 되면 수십 명씩 찾아와 정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추운 겨울이 걱정돼 내복을 챙기는가 하면, 스웨터로 겨울 동장군을 물리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기도 했다.

기탁자 할머니들의 고향과 나이, 인생사 모두 제각각이지만 전 재산을 기탁한 마음은 같을 것이다평생 손과 발이 부르트도록 억척같이 모은 전 재산을 기탁하고 이들은 충북대 양지 바른 언덕에 6.6(2평)에 불과한 영원한 안식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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