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 인생의 메달도 추가해보자
올림픽에 인생의 메달도 추가해보자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3.02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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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최현식 <주성대학 보건행정과 교수>
지난 2주간 열린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국민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안겨준 스포츠행사였다. 동계스포츠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의지와 집념으로 일궈낸 성과이기에 의미는 더욱 값진 것이었다. 때론 마음 졸이며 경기를 하는 선수들과 호흡을 같이하며 보기도 하고, 억울하다 싶은 경기 결과에 분노하기도 했으며, 예술작품을 감상하듯 심취하여 바라본 순간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경기들이 많았던 동계올림픽이었던 것 같다.

동계올림픽을 통해 깨어지지 않을 대기록을 수립하며 준비기간 동안의 땀과 눈물을 메달이란 결과로 스포츠스타들이 많이 탄생되었다. 메달이라는 값진 수확을 일궈낸 선수들이라면 흘린 땀과 기다린 시간만큼 국민적 축하와 격려를 받았을 것이며, 이후에도 국민의 기억 속에 존재할 것이다. 이러한 축제분위기 속에서도 안타깝고 세상사 굴곡을 느끼게 하는 불운의 스타들이 존재한다.

매스컴을 통해 바라본 불운의 스타, 이규혁 선수의 인생드라마는 기록에 의해 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선수로서의 삶의 금메달을 주기에 충분해 보였다.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 도중 눈물을 보이며 '안되는 것에 도전하는 것이 너무 슬펐다'는 한마디는 선수로서의 그간의 고뇌를 보여주는 단면일 것이다. 여러 차례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선수가 무려 5차례의 올림픽에서 노메달이라는 것은 누구도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다. 20년간 스케이트선수로서의 명성과 기록으로 비춰볼 때, 올림픽만은 그에게 허락되지 않은 영역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규혁 선수에겐 금메달의 영광보다, 매스컴의 찬사보다,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스태프나 후배들이 보여준 선수로서의 삶의 태도와 노력에 대한 존경심이 더 값진 메달이 아닐까 싶다.

인생의 길에서 하나의 굴곡을 지나가야 하는 것이라면, 동고동락하며 훈련하고 희로애락을 같이한 빙상인들이 보내주는 갈채가 인생 제2막을 열어가는 삶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또한 코치와 같은 지도자로서의 길을 갈 때 누구보다 선수들의 번민과 고민을 이해하며 선수들과 혼연일체로 훈련의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자질과 역량을 보여주리라 확신한다.

스포츠세계에서는 선수시절 스타로서 명성을 얻기보다 지도자로서 능력을 발휘하여 스포츠스타가 되는 경우가 흔히 존재한다. 선수시절의 열정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운이란 단어로 인해 성공이란 결과를 얻지 못한 선수들이, 선수시절의 실패를 거울삼아 이론과 훈련을 통해 접할 수 없는 종목마다의 기술적 노하우와 선수에 대한 포용력을 바탕으로 제2의 인생을 열어가곤 한다.

이제 동계올림픽도 폐막식을 하고 선수들이 귀국해, 메달리스트들이 기자회견을 할 것이다. 국민들의 기대와 희망을 기쁨으로 돌려준 선수들에게 찬사를 보내며, 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묵묵히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경기에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인생의 메달을 수여해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이것이 바로 올림픽 정신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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