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68>
궁보무사 <68>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4.24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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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부용아씨의 복수

“으으응?”율량은 그녀가 손에 든 황금덩어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녀의 독기(毒氣)어린 두 눈은 방금 꺼내놓은 황금덩어리에서 내뿜는 찬란한 빛과 어우러져 아주 묘하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아, 아! 참으로 독한 여자로다.

대단히 악착스러운 여자로다.

아무리 복수를 한다고 하더라도 한때나마 서로 살을 맞대어가며 살았던 사내의 귀중한 그것을 기어이 불태워 없애버리려고 하다니……. 여자가 한(恨)을 품게 되면 오뉴월에도 서릿발이 내린다고 하더니 바로 지금 이런 경우가 아니겠는가.’율량은 부용아씨의 무서운 복수심을 재삼 확인해 보고는 갑자기 온몸이 으스스 떨려옴을 느꼈다.

솔직히 말해 율량은 지금이라도 당장 이런 위험천만한 일을 포기하고만 싶었다.

그러나 지금 일이 이렇게까지 진행되어온 마당에 슬그머니 뒤로 뺄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이것은 화살로 말하자면 시위가 벌써 당겨져 버린 꼴이요, 물로 치자면 이미 엎질러진 것이나 다를 바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잘 알겠습니다.

아씨의 뜻이 정 그러하시다면 제가 힘껏 노력해 보겠습니다.

”율량은 부용아씨가 건네주는 황금덩어리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받아가지고 아주 조심스럽게 자기 소매 안에 집어넣었다.

“율량님! 어련히 잘 알아서 하시겠지만, 부디 이번 일을 실수 없이 치러주세요. 저는 오로지 율량님만 믿겠어요.”부용아씨가 율량에게 정중히 머리를 조아려가며 다시 말했다.

“그런데 아씨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이번 일은 너무나 중차대한 일이옵니다.

따라서 저 이외 어느 누구도 모르게 하셔야합니다.

그리고 이 일을 행하는 시기와 방법 따위 등등은 저에게 모두 맡겨주십시오.”율량은 마지막으로 다짐을 주듯 이렇게 말하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부용아씨는 친절하게 문밖에까지 따라나와 율량을 배웅해 주었다.

.율량은 자기 근무지로 돌아오자마자 심복을 불러 지금 한벌성 감옥 내에 갇혀 있는 죄수들 가운데 성범죄 혹은 이에 준하는 죄를 저질렀던 자들의 신상을 모두 조사해서 보고하도록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심복은 이에 대해 모든 것을 조사해서 율량에게 보고했고, 이것을 이리저리 한참 살펴보던 율량은 갑자기 손바닥으로 무릎을 탁 치며 자기도 모르게 외마디 탄성을 내질렀다.

그리고는 마치 누가 들어보라는 듯 율량은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 아! 정녕 이것이 하늘이 부용아씨를 도우심인가. 아니면 오근장 성주의 불운을 재촉하기 위한 하늘의 뜻이런가. 기가 막히게 적합한 인물이 마침 들어 있으니…….’율량이 여러 죄수들 가운데 찾아낸 자는 저 멀리 남쪽 해안에서 이곳 한벌성에까지 일부러 수고스럽게 찾아온 ‘강치’라는 이름을 가진 올해 나이 마흔한 살 먹은 사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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