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를 위한 변명
박근혜를 위한 변명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2.2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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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한덕현 <본보 편집인>
세종시 원안고수에서 한발짝도 물러나지 않는 박근혜가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한나라당 주류는 물론 언론, 심지어 관변단체까지 총동원돼 그녀를 몰아세우고 있다.

세종시 공방이 막바지로 향하면서 결국 박근혜는 이 문제의 키(key)를 쥐게 됐고 이는 예견된 것이다. 다만 우리가 궁금했던 것은 수정론자들이 과연 박근혜로부터 그 열쇠를 어떻게 빼앗거나 물려받을까였는데 지금의 분위기는 아예 부러뜨릴 작정으로 그를 잡도리하고 있다.

수정론자들이 그야말로 다양하게 그리고 다각적으로 여기저기 출몰하며 박근혜에게 대못질을 한 말을 정리해 보면 대략 이렇다.

1.타협할 줄을 모른다 2.발목잡기와 어깃장만으로 정치력을 이어간다 3.리더로서의 포용력이 없다 4.때문에 향후 대권을 바라보기엔 국정운영 능력이 의문시된다.

물론 정치의 본질은 타협과 협상이다. 오죽하면 정치를 타협의 예술이라고까지 하겠는가. 그래서 수정론자들은 그녀를 향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고 또 김무성의 절충안에도 문호를 열어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다.

그런데 상대는 수정안 관철이라는 본인의 의지를 조금도 굽히지 않은 채 사람만 만나자고 하고, 김무성의 절충안은 아무리 뜯어 봐도 도대체 명분이 없다. 마치 야구에서 주전이 안 되니까 후보 명단에도 없던 사람들을 그라운드로 일단 내몰자는 심산밖에 안 된다. 타협을 하려면 원안고수를 문제삼는 것 못지 않게 스스로의 수정안부터 재고하려는 자세를 먼저 갖춰야 하는데도 말이다.

더군다나 세종시는 이미 모든 기관 그리고 모든 이해당사자가 나서 무수한 타협과 협상, 그것도 부족해 헌법소원까지 거쳐 나온 결과물이기에 이제 와서 다시 타협을 입에 올린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국민 전체를 담보로 하여 난산끝에 나온 것이기에 이를 놓고 정치인 몇 명이 또다시 타협을 벌인다는 발상이 오히려 더 큰 문제다.

박근혜의 정치력이 발목잡기와 어깃장이라는 비판도 그렇다. 그녀는 먼저 상대를 깎아내리지 않는다. 다만 본인의 정치신념인 '원칙과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쓴소리를 낼 뿐이지 누구보다도 정치적 계략을 혐오하는 사람이다.

2007년 경선 당시 대의원 투표에선 앞서지만 여론조사에선 뒤지는 상황에서도 그는, 당연히 이의를 달 거라는 모든 이의 예상을 깨고 군말없이 여론조사 반영을 받아들여 경선에서 패했다. 그러고선 깨끗하게 승복하고 경쟁자였던 MB를 위해 전국을 누비며 견마지로를 다한 것이다.

이때 세종시에 의혹을 제기하는 국민들에겐 '겉으로는 찬성했지만 속으론 심한 자책감을 느꼈다'는 MB를 대신해 정치인으로서 믿음의 확신을 심어줬다. 리더로서의 포용력은 이러한 사실만으로도 충분하지 않겠는가, 박근혜가 관성에 젖어 반대만을 일삼는다는 험담은 이래서 틀렸다.

향후 대권주자로서 국정운영 능력이 걱정된다는 지적은 일견 맞을 수도 있다. 그는 국정을 책임져 본 적도 없고 때문에 얼마만한 능력을 가졌는지는 아직 누구도 모른다.

사실 박근혜에겐 오래전부터 이런 의문점이 항상 따라 다녔다. 국정과 정책의 주체로서 현실과 부딪치지 못하고, 늘 한발 비껴난 '스탠스'를 취하며 공자님말씀만을 툭툭 던지는 그였기에 막상 지도자로서의 실체가 궁금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내공은 2004년 천막당사의 야전 사령관을 맡을 당시 이미 충분히 확인됐다. 그때도 모든 사람이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그는 다 쓰러져가던 당을 살렸고 리더로서의 역량과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입이 거칠기로 정평이 난 전여옥조차 "조국을 위한 종교적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고 박근혜를 치켜세웠다.

그녀를 향해 수정론자들은 거침없이 말한다. 나라를 위해선 원칙도 바꿔야 하고 또 작은 신뢰보다는 큰 신뢰를 지켜야 한다고 말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국민들은 섬뜩함마저 느낀다. 나라를 위하지 않는 원칙은 무엇이고, 신뢰에 크고 작음이 있는지 그들에게 되묻고 싶다.

그들이 공주라고 폄하하듯이 지금 세종시를 놓고 펼치는 박근혜의 정치력은 사실 결코 대단한 것이 못된다. 핸드백 하나 달랑() 들고 국회의사당에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정치권이 난리법석을 떠는 그 힘의 원천이라고 해 봤자 알고보면 그가 늘 주장하는 '약속을 지키고 믿음을 주자는 것'뿐이다.

이런 당연한 말이 왜 그렇게 파괴력을 발휘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세종시 해법은 바로 이를 깨우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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