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맞을 준비를 하자
봄 맞을 준비를 하자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2.23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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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최현식 <주성대학 보건행정과 교수>
어느덧 봄의 향기가 집 안까지 전해오고 있다. 절기상 2월초에 입춘은 지났지만 동장군의 맹위는 그칠 줄 몰랐기에 봄을 논하는 것 자체가 분위기에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봄이 오는 느낌은 집 안에서의 서늘함보다 차창으로 불어오는 따스한 바람에서 느낄 수 있었으며, 비로소 '봄이 오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문학자인 고 양주동 박사는 봄을 겨우내 언 땅 밑에 갇혀 살던 만물이 날씨가 풀리고 얼음이 녹으면 머리를 들고 대지를 나와 세상을 다시 본다고 해서 '봄'이라 풀이했다고 한다.

우리말 '봄'의 어원에 대해서 어떤 이는 '불(火)'에 근원을 둔다고 설명하였다. 불의 옛말 '블'(火)과 오다의 명사형 '옴'(來)이 합해져서'블+옴'에서 'ㄹ'받침이 떨어져 나가면서 '봄'이 된 것이므로 우리말 봄의 근원적인 뜻은 따뜻한 불의 온기가 다가옴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봄의 어원을 검색하다 보니 대부분 겨울의 시련을 이겨내고 기다림 속에 나뭇가지에 새순이 돋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계절의 변화는 시대가 변해도 사람이 바뀌어도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찾아오곤 한다. 자연은 늘 순리대로 흐르며, 인간의 이해관계로 인해 어긋나는 흐름이 있다면 반드시 크나 큰 교훈을 남기며 제자리로 돌려놓곤 한다.

봄이 다가옴을 느끼며,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 속에 가장 큰 칭송이 '자연스럽다'라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국가적 차원에서 정부의 정책을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피부로 느낄 정도로 추진한다면 이루지 못할 정책은 없을 것이며, 기업이나 단체의 조직 합리화 및 목표설정이 설립목표에 부합되며 조직원들의 상생을 도모한다고 인식되는 상황에서 무리함이나 억지가 없이 자연스럽게 추진된다면 이루지 못할 목표가 없을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중·고생들의 졸업식 뒤풀이를 보면서 정신적 가치관의 혼란과 경쟁의 틀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청소년들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고,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꼈다. 이 사건은 졸업식 뒤풀이라는 한정된 이벤트성으로 보기보단 청소년들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디지털사회를 표방하며 수치와 속도로 평가 받고, 리모콘으로 모든 것을 조절하는 생활들이 우리의 마음의 공간을 줄여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문명의 이기를 누리는 만큼 자연의 풍요함과는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관상용으로 베란다에 화분을 나열하고 꾸며진 화분들의 조화를 감상하는 것으로 자연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닌지, 흙을 만지며 씨앗을 뿌려 본 지는 언제인지, 자연과 나 자신과의 교감에 대한 생각이 아쉬움 속에 떠올랐다.

이제 봄이 오고 있다. 겨울의 시련을 이겨내고 새순이 나오듯 어려운 난관 속에 빚어진 갈등과 반목을 마음에서 녹이고 따스함을 채울 준비를 해야 한다. 주관적 시각에 따른 정책추진으로 인한 반목에서 객관적 시각에 의한 설득으로 바꾸는, 자연스러운 정책추진을 찾아보고자 노력해야 한다. 수치에 의해 모든 것을 평가받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자연을 통해 마음의 평온함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준비를 해야 한다.

이번 봄에는 자연을 통해 자연스러움을 되찾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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