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기운 햇살
봄의 기운 햇살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2.22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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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최현성<용암 동산교회 목사>
며칠전 양궁장 쪽을 산책하다가 논과 밭두렁을 태우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가까이 가 보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지만 그러지 못하고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이것도 지나가 버린 어릴 적 추억이구나"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논과 밭두렁을 태우며 무엇이 그리 기쁘고 즐거웠는지, 태우는 의미도 모르면서 몰려다니며 왜 그 일을 즐겼는지, "불장난하면 오줌 싼다"는 말을 뒤로 하고 몰래 그 일을 왜 즐겼는지.

이 시기가 되면 농부들은 새로운 생명을 생산해 내기 위해 이리 저리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 중에 하나가 논과 밭에 숨죽이고 있던 균을 제거하려고 가장 먼저 논과 밭두렁을 태웠습니다.

계절의 감각을 알리려는 듯 우수(雨水)인 지난 금요일 우리 지방에는 눈과 비가 내렸습니다. 우수는 입춘과 경칩 사이의 절기로 '봄비를 알리는 단비가 내려 대지를 적시고 겨우내 얼었던 대지가 녹아 물이 많아진다'는 뜻입니다. 즉, 이 시기는 추웠던 날씨가 풀리고 봄기운이 돋아나는 때입니다. 옛 속담에 '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말도 있듯이 아무리 춥던 날씨도 우수가 지나면 풀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수를 지나면서 이제 대지도 숨을 몰아쉬며 언 땅을 스스로 녹이며 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까이에 있는 나무나 먼 산에 보이는 나무도 어느새 새로운 옷으로 단장하기 위해 세미하게 변해가고 있는 모습을 봅니다. 나무는 추운 날씨와는 상관없이 겨울에도 성장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압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추운 겨울에 자란 부분일수록 훨씬 더 단단하다고 합니다. 햇빛 한 줄기 챙겨줄 나뭇잎 하나 없이 차디찬 동토(凍土)에 뿌리를 박고 풍설(風雪)에 팔 벌리고 서 있어도 나무는 봄을 키우고 있습니다.

대지도, 나무도 추운 겨울에 다가오는 봄을 준비하는데 하물며 사람에 있어서는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제 우리들도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봄'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 왔습니다. 우리의 삶, 우리의 신앙이 활기찬 모습으로 기지개를 펴야 할 시기입니다. 우리들의 삶이 봄의 따스한 햇살로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지런히 두 손을 모아 봅니다.

지난주 추운 날씨였지만 목양실에서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풍경들을 통해 많은 은혜를 깨닫게 됩니다. "어제와 똑같은 모습인데 어제는 왜 그것을 못 느꼈을까?", "왜 느끼지 못하고 춥다고만, 어둡다고만 생각하고 원망 섞인 마음을 가졌을까?" 하는 반성을 해 보게 됩니다. 그 깨닫는 은혜를 이렇게 표현해 보았습니다.

유리창을 뚫고 들어오는 빛을 본다.

나도 한 줄기 빛이고 싶다.

어둡고 쓸쓸한 사람들의 마음을 비추는 빛이고 싶다.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을 본다.

나도 한가득 햇살이고 싶다.

춥고 웅크러진 사람들의 몸을 녹이는 햇살이고 싶다.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풍요로움을 본다.

나도 한없이 넓은 풍요로움이고 싶다.

교만하고 편협한 사람들의 마음을 채우는 풍요로움이고 싶다.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생명을 본다.

나도 모든 것을 귀하게 여기는 생명이고 싶다.

죽음의 길로 치닫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채우는 생명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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