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희소식에 이 불경스러움이라니
금메달 희소식에 이 불경스러움이라니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2.18 21: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時論
한덕현 <본보 편집인>

이종윤 청원군수 권한대행이 청주 청원통합 불발을 전제로 군수출마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그의 출마 가능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됐다. 다만, 오송첨복단지 유치의 1등 공신으로 부각된 이후 저절로 형성되는 주변 여론을 의식 좀 더 표정관리를 해야 하는 시기에 김재욱 전 군수의 갑작스러운 중도하차로 잠깐의 마음고생()을 앞당겼을 뿐이다.

그는 커밍아웃과 동시에 조만간 퇴직할 뜻을 분명히 했다. 합리적인 판단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지만 되도록이면 하루라도 빨리 자리를 정리하길 바란다. 이것이 공인된 자의 옳은 처신이다. 본인 스스로가 통합 무산을 내심 정치입신의 계기로 삼았다면 통합이 대세인 지금, 당연히 물러나는 게 옳다. 자신의 결정과 선택에 군민들의 당당한 심판을 받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사실 청주 청원통합이 그 숱한 세월동안 논란을 빚고서도 이제껏 성사되지 못한 것은 책임자들의 이중적 행보에 원초적인 이유가 있다. 냉혹하게 말해 이들은 겉과 속이 다른 '계산'을 가지고 혹세무민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에 이런 꼼수를 부렸으니 피해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는 청원군민이 선뜻 받아들이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우선 찬성을 주도한 청주시쪽부터 책임이 크다. 진정 지역발전을 위해 통합을 원했다면 스스로가 먼저 포용력을 발휘하는 대국적 처신을 했어야 한다. 현직 시장이 통합시장에 다시 나오고, 말로는 상생의 시정을 펼친다고 하면서도 막힐 때는 10분에 10m도 못가는 청주역~옥산간(청원) 도로를 저런 식으로 방치했으니 누가 그 진정성을 믿겠는가.

충북도와 도지사도 그렇다. 이금에야 찬성을 부채질하고 있지만 속으론 여전히 안 되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 바로 종전까지의 처신이 그랬기 때문이다. 통합이 대세인 여론의 추궁에 마지못해 '원칙적인 찬성'을 내세우며 줄곧 줄타기 묘기를 부려 왔어도 도민들은 다 안다. 충북도와 도지사 이들 두 주체가 성심을 다해 지금처럼 통합을 주도했다면 통합 청주시는 이미 오래전에 출범하고도 남았다. 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율배반으로 일관했다.

반대 쪽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변함없는 무기는 역시 '원칙적인 통합, 언젠가는 통합해야 한다는 데엔 공감하지만'이라는 치졸하기 그지없는 사족이었다.

그러면서 뒤로는 몇몇 기득권자들의 치열한 수싸움이 횡행했고, 이것이 곧바로 여론으로 포장됐다. 청원군의 여론조사를 백날 해봐도 매번 통합찬성이 우세로 나타났지만 막상 결정적일 때 안 됐던 배경엔 바로 이런 거짓과 기만이 늘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그렇다.

어쨌든 오늘(19일) 청원군의회가 열리면 자율통합이냐 아니냐가 결정된다. 바람이 있다면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앞으로는 제발 솔직하라는 것이다. 마음속으로 진정 찬성할 경우에만 찬성이라고 말하고 그렇지 않으면 반대라고 분명하게 밝히기를 바란다. 그래야 다른 차선책이라도 가능하다.

청주청원 통합공방을 지켜보면 어쩜 그렇게 세종시 문제와 닮은 꼴이 있을까를 되뇌이지 않을 수 없다.

이것 또한 거짓이 거짓에 가위눌려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세종시를 반대했다면 솔직히 반대한다고 공약을 내건 후 국민 심판을 받았어야 정상이 아닌가.

표를 의식해 어쩔 수 없이 원안추진을 약속했지만 속으로는 심한 자책감을 가졌다는 대통령의 말이나, 세종시가 추진될 시점이면 본인은 이미 자리에서 물러나기 때문에 찬성했다는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이라는 사람의 말은 아무리 곱씹어 생각해 봐도 허허롭기만 하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거짓말을 해도 그대로 믿고, 아니라고 해도 다시 믿으며 헤적거리는 그런 형편없는 존재에 불과하단 말인가.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는데 그 민심이 이렇듯 한낱 노리개로 전락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누굴 믿고 또 어떻게 살아가라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연이은 동계 올림픽 금메달 소식에 마음 한 켠으론 귀를 막고 싶은 심정이다. 그 덩치 큰 외국선수들과 맞서 우승의 금자탑을 차곡차곡 쌓고 있는 어린 선수들의 환한 얼굴에 자꾸만 국내 상황이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이젠 제자리를 찾을 때도 되었는데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