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62>
궁보무사 <62>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4.14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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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부용아씨의 복수

“팔결성주 오근장에게 제대로 위해(危害)를 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여자로 변장을 한 자가 가까이 다가가야만 할 것이다.

네가 마침 그런 일을 맡기에 매우 적합한 듯 싶구나. 원래 두 다리 사이 후미진 야래 구석에 깊숙이 패여져 있는 여자의 그것은 손으로 직접 매만져보거나 여자 스스로 보여주고자 자기 두 다리 가랑이를 좌우로 찢어내듯이 완전하게 벌리기 전에는 외관상으로 쉽게 알아보기 힘이 든 법이다.

그러니 너의 그 곳을 기왕이면 좀 더 밋밋하게 다듬어 놓는다면 대충 눈가림이나 눈속임을 할 수가 있지 않겠느냐.”“대신님의 계획이 어떠한지는 저로선 자세히 모르겠사오나 어찌되었든 제가 팔결성주 오근장 원수놈을 죽일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인들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이 몸은 대신님의 뜻에 무조건 따르겠사오니 뭐든지 명령만 내려주십시오.”양지는 이렇게 대답하며 뭔가 결연한 의지를 보이려는 듯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어보였다.

“좋다.

그럼 네 두 다리 사이에 쓸데없이 붙어 있는 나머지 고기덩어리를 모두 떼어내 버린 후 인두 불로 살짝 지져주겠다.

그러나 아프지 않게 독한 술을 잔뜩 먹여주고 그곳이 완전히 아물 때까지 편안히 푹 쉬게 해 줄 터이니 그리 큰 걱정은 하지 말아라.”율량은 즉시 심복 부하를 불러 양지를 어디엔가 데리고 가도록 명령했다.

“휴우! 이제 일이 거의 절반 이상 성공된 거나 다름없습니다.

앞으로 저 아이에게 단도 쓰는 법을 제대로 알려주고 충분하게 연습을 시켜주면…….”율량이 몹시 자신만만해 하는 표정으로 부용아씨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런데, 저다지도 왜소한 체격을 가진 자가 오근장 같이 키가 크고 힘이 센 장사를 단번에 칼로 찔러 죽일 수 있겠어요? 제가 겪어본 바에 의하면 오근장은 절대로 자기 침상 근처에 칼을 갖다놓지 못하게 해요. 혹시라도 칼을 숨겨놓지는 않았나 의심을 한 나머지 오근장 성주는 여자와 동침을 하기 전에 여자의 몸을 살피는 것은 물론 침상 아래 위와 이불 속, 심지어 꽃병과 물그릇 아래까지도 샅샅이 살펴보곤 한답니다.

”부용아씨가 한숨을 길게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그, 그래요. 그럼 어떻게 하나.”율량은 갑자기 난감해진 듯 표정이 크게 어두워졌다.

“하지만 나름대로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어요. 자, 저걸 보세요.”부용아씨는 이렇게 말하며 하얀 손을 들어 집게 손가락으로 뭔가를 가리켰다.

율량은 부용아씨가 집게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으로 방향을 맞춰 무심코 시선을 돌렸다.

그것은 지글지글 기름을 태우며 환히 불이 켜져있는 등잔이었다.

“바로 저거예요. 힘이 천하장사인 오근장 성주를 죽여없애 버릴 수 있는 유일무이한 도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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