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 속에 피어나는 희망
아픔 속에 피어나는 희망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2.01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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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최현성<청주용암동산교회 담임목사>

며칠전 명암방죽(저수지)에 가보았습니다.

어릴때 수영하고, 고기 잡던 기억이 새삼스럽습니다. 수영도 잘하지 못하던 어린 나이에 가장자리에서 대각선을 마음속에 그어놓고 허우적거리며 왔다 갔다 하던 기억, 겁도 없이 조그마한 공 하나에 의지해서 발을 동동 구르며 강을 도하(渡河)하던 기억, 소쿠리에 철사줄을 엮고, 가운데에 개구리 뒷다리를 미끼로 삼아 물속에 던지면 그곳에 징거미(새우보다 크고 검은 빛을 띰)가 가득 찼던 기억들이 다시는 찾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나 개인적으로)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명암방죽은 추억이 깃든 고향과도 같은 느낌입니다.

추위로 인해 꽁꽁 얼어붙은 방죽의 모습은 보는 그대로 은빛의 쟁반이었습니다. 매서운 칼바람과 함께 옷깃을 여미며, 한 발, 한 발, 발걸음을 떼며, 조심스럽게 얼음으로 다가가 미끄럼도 타보고, 아무도 걷지 않은 눈밭을 걸어보니 그야말로 동화 속이나 영화 속에 나오는 주인공 같은 착각에 빠지기에 충분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다 변해도 이 명암방죽만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아무리 자연환경을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마구 헤쳐진다고 해도 이곳만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어렴풋한 기억도 아랑곳없이 지금은 방죽의 폭도 좁아지고, 불안스럽게 보이는 명암타워가 그 위용()을 자랑하며 서 있고, 산허리에 고통스럽게 서서 오가는 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식당이 보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명암지 양쪽으로 덮인 산들의 아름다운 절경도 다 어디가고, 인간의 편리를 위해 양쪽으로 그리고 산 가운데로 뻥 뚫린 도로를 질주하는 차량들의 소음이 먼 추억을 뒤로 하고 있습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는 명암지의 물줄기의 흐름, 그리고 그 속에서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용히 헤엄치는 물고기들의 모습이 보기 좋은데. 얼음을 발로 차보니 쩌렁 쩌렁 갈라지는 소리가 마치 상처받고, 찢겨진 채 가슴을 쥐어뜯으며 지르는 슬픔에 찬 통곡의 소리 같은 생각이 듭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해주신 그 모습 그대로 온전히 지켜내지 못한 뼈저린 후회와 함께 찬바람에 옷깃만 여민 채 무거운 발걸음을 되돌려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 사이로 느끼는 새싹의 노래소리는 서서히 봄을 재촉하고 봄의 기운을 움트게 하는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옵니다. 화사한 봄을 위해 잠시 힘을 비축하는 모습 같아 보여 즐겁기만 합니다. 내일로 가는 길목에서 풍요로운 삶의 완성을 향해 길을 열어주고 있는 모습입니다. 세찬 눈보라와 모진 추위 속에서도 생명의 움틈은 우리들에게 소망으로 다가옴을 깨달으며 새로운 희망으로 가슴을 활짝 열어봅니다. 내려오는 길에 찻집에 들러 차 한잔 마시며 공책에 몇 글자 적어 봅니다.

맑은 비

맑은공기 가득담아 가슴에 넣어 보니

가슴속 온갖 잡스러움이 밀려 나감을 느낍니다.

늘 푸르름을 자랑하는 잎을 가득 담아 마음에 넣어 보니

메마른 마음이 소망의 빛으로 가득참을 느낍니다.



겸손함으로



맑음으로 살게 하소서.

아니

그러면서도

마음만은 푸르게

우리의 소망을 키워나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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