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천<30>
무심천<30>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01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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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암산과 교서천
이번 호는 청주의 중심에 우뚝 서서 청주의 역사와 사람들을 감싸 안고 있는 우암산을 찾았다.

이곳에서 발원되는 무심천 지류를 찾기 위해서다.

우선 도심 한가운데인 상당공원과 우암동, 내덕동을 휘감아 흘렀던 ‘교서천’의 발원지를 찾기위해 내덕동 보성아파트 합류지점부터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수동 충북교육과학연구원 옆 길을 따라 KBS청주방송총국과 청주MBC방송국 우암산송신소로 오르는 골짜기를 찾아 올라갔다.

‘상좌길’로 명명된 도로를 따라 올라가 보니 차량이 운행할 수 있도록 송신소까지 시멘트 포장이 돼 있어 우암산 중턱 체육공원까지 차량으로 올라 갈수 있었다.

아마도 방송국에서 70년대쯤 송신탑을 세우다 보니 자재 등의 운반을 위해 개설한 것 같다.

이곳에 주차를 하고 물도랑이 생긴대로 따라 산골짜기를 올라갔다.

그러나 도랑에 물은 없고 비가 올때 물길 역할을 할 얕고 작은 마른 골짜기만 있을 뿐이어서 실망이 컸다.

다만, 체육공원 인근에 파이프를 박은 곳에서 물이 콸콸 흘러 나온다.

아마 누군가 등산객들을 위해 지하수를 개발한 모양이다.

결국 이곳에서 ‘물빛’이 시작돼 작은 도랑을 이루고 수백여m 상좌골 골짜기를 거쳐 상당공원까지 내리 달리다가 우측으로 90도 꺾어 청주상공회의소 뒤 복개도로 밑으로 해서 ‘방아다리’로, 다시 좌측으로 90도 꺾어 제1운천교앞까지 흐르다가 90도 우측으로 꺾여 흥덕대교 아래로, 우암동을 거쳐 제2운천교 아래 내덕동 보성아파트옆 우암배수지를 통해 무심천으로 흘러간다고 생각하니 표주박으로 떠먹는 물맛이 달랐다.

샘 주변에는 체육공원과 함께 충북도교육청이 만들어 놓은 ‘우암산 자연학습 관찰로’가 있어 각종 나무와 풀, 꽃 등에 푯말을 세우고 자세한 설명을 써놓아 시민이나 학생들이 자연공부 하기에 도움이 클것 같았다.

체육공원에서 아래로 골짜기를 따라 100여m 내려오니 깊은 골짜기에 병풍처럼 된 큰바위가 있고 물이 제법 흐른다.

내려가보니 고사를 지낸 흔적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김운기 편집위원께서 “옛날 이곳에는 무당들이 많이 거주하면서 각종 굿을 많이해 바위밑에 치성을 드리는 촛불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산불을 우려한 시청에서 강제 철거와 단속을 해 지금은 거의 사라진 것이라고 한다.

그래도 이곳부터는 우암산 기숡에서 솟아 나온 물방울이 모여서인지 제법 물줄기가 있고 바위 낙차를 떨어지는 물소리가 졸졸졸 들려온다.

조금 아래로 내려오니 대현사, 복천암, 문수암 등의 절들이 나타났다.

이곳부터는 절과 함께 일반 주택들이 도로를 끼고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일부 주택들은 낡고 빈집들은 금방이라도 허물어 질 듯 위태롭게 서 있어 동네 주민에게 여쭤보니 과거 가난하거나 피난온 주민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고 삶의 여정을 이어간 곳이라서 그렇단다.

그러나 이곳부터는 제법 물이 많아 물소리도 크게 들려 왔지만, 도랑이 시멘트로 복개돼 더 이상 물을 볼수가 없었다.

복개가 시작되는 부분의 주택에 살고 있는 박병열씨(68·청주시 상당구 수동 산6번지)는 “1962년부터 이곳에 살고 있다”며 “옛날에는 문수암뒤 옹달샘이 있어 물지게로 물을 길어다 먹었는데, 지금은 간이상수도를 이용해 식수를 해결하고 있다”고 한다.

박씨는 과거에는 도랑 양쪽에 좁은 도로가 있었으나 도로확장을 위해 70년대 이후 복개를 했다고 증언했다.

조금더 아래로 내려오니 계곡 옆이 진달래며 철쭉등 온통 붉은꽃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집이 눈에 띄었다.

찾아가보니 변상갑씨(67)가 집 안팎은 물론 주변 1500여평의 산기슭에 10여년에 걸쳐 꽃밭을 가꾸었다고 한다.

공기 좋고 물맑고 숲 우거진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인 것처럼 느껴졌다.

이곳부터 도랑은 복개되고 그위에 아스팔트로 포장이 돼 도로가 2차로으로 넓어졌다.

차량도 이곳까지 더 많이 올라오고 있다.

더 이상 물줄기를 보는 것이 무의미해 복개도로를 따라 내려오다보니 충북도청 뒤편까지 이어지고 다시 90도로 꺾어 상당공원과 충북도교직원공제회관(옛 청주여고)앞을 거쳐 다시 우측으로 90도 꺾어 청주상공회의소 뒤편, 수동 천주교회앞 복개도로로 물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것이 다시 청주소방서 조금 아래에서 왼쪽으로 90도 꺾어 제1운천교 방향으로 흘러 가는데, 이곳이 ‘방아다리’(일제명 오정목)다.

80년대 청주에서 살았던 시민이면 상당공원에서 방아다리, 방아다리에서 제1운천교까지, 제1운천교∼내덕동 보성아파트 뒤까지의 ‘개천’을 기억할 것이다.

폭20m정도의 이 개천이 주변 주택과 음식점 등에서 흘러나오는 생활오수로 희뿌연 색깔에다 악취가 진동했던 것을 또 이 개천 양쪽에 유흥주점이 즐비해 청주의 대표적인 유흥가였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이 개천이 1989년 청주시의 ‘교서천 복개공사’로 복개돼 도로로 변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청주 도심을 흐르던 작은 하천 하나가 시민들의 눈에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지금 초·중·고 학생들은 이같은 사연을 모르고 ‘도로’인줄로만 알 것이다.

교서천을 이루는 물줄기는 상좌골만이 아니라 우암산 용화사뒤 골짜기 물도 한몫을 한다.

다음편에서는 용화사 뒤 계곡을 살펴본다.

/글 김주철기자, 사진 김운기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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