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세종시 수정안과 노무현 전 대통령
  • 석재동 기자
  • 승인 2010.01.10 2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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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석재동<정치·경제부차장>
말 그대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건설될 것으로 기대됐던 세종시가 11일 수정안이라는 이름으로 '교육과학 중심의 경제도시'로 바뀔 것으로 확실시 된다.

그러면서 떠오르는 얼굴이 하나 있다. 바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당시 충청권에 '신행정수도' 건설을 공약했다. 신행정수도 건설 논리의 핵심은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집중완화였다.

그러면서 신행정수도는 지방민들의 전폭적인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의 당선에 신행정수도 공약이 크게 기여한 것은 이를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즉 '세종시=노 전 대통령'인 셈이다. 세종시는 노 정부가 수도 이전 공약을 지키기 위해 추진하다가, 2005년 헌법재판소에서 일부 위헌 판결을 받는 우여곡절 끝에, 청와대와 국회·사법부 등 국가 핵심 기관들이 이전하지 않는 선에서 합의로 타결됐다. '행정복합도시특별법'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켜 사실상 정부 기구를 분할하는 '세종시'가 탄생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은 사상초유의 대통령탄핵이라는 역풍을 맞기도 했다.

그런 노 전 대통령이 검찰수사를 받던 지난해 5월 고향마을 뒷산 부엉이바위에서 투신, 서거했다. 당시 야당 등에서는 현 정부의 압박으로 노 전 대통령이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오열했다. 불과 5개월 뒤 이번에는 노 전 대통령의 핵심공약이자 탄핵으로도 막지못했던 세종시가 정부부처이전 백지화를 골자로 하는 수정안 추진이라는 미명하에 부엉이바위 위로 올려졌다. 스스로의 의지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말이다. 정치적타살로 귀결될 세종시 수정안에 얼마나 충청민의 목소리가 담겼는 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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