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속의 날씨
신화속의 날씨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4.07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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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고 끝에 삼형제를 낳은 가이아 여신 곁에서 남편 우라노스는 불만스런 표정으로 툴툴거리고 있다.

이들 부부는 태어날 자식들에게 무척이나 기대가 컸다.

태어나지도 않은 뱃속의 자식들에게 미리 천둥·번개와 벼락을 일으키는 권능을 주어, 맞서는 자들을 아들들의 힘으로 응징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태어난 아들들의 모습이 눈뜨고 볼 수 없을 만큼 기괴했다.

이마에는 크기가 달구지 바퀴만하고 둥그런 눈이 하나씩 달려 있어서 퀴클롭스(둥그런이라는 뜻의 ‘퀴클’과 눈이라는 뜻의 ‘오프’에서 따온 이름)라고 불렸다.

눈의 모양새가 얼마나 괴상하고 무시무시했는지 아버지도 두려움을 느낄 정도였다.

자식들을 낳을 때 남편의 불평에 마음이 상했지만, 막상 못생기고 험상궂은 아들들의 모습을 보자 가이아 여신도 정나미가 떨어졌다.

눈을 치뜨고 빤히 쳐다보면 가슴이 떨릴 정도라 정이 덜 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단지 못생겼다는 이유 하나로 부모에게마저 외면을 당하는 퀴클롭스 삼형제는 커갈수록 성미가 비뚤어지고 포악해졌다.

이들의 이름은 각각 브론테스(천둥), 스테로페스(번개), 아르게스(벼락)였는데, 천둥과 벼락과 번개가 뭉쳐서 두들기면 어떠한 신이라도 도망을 칠 수밖에 없었다.

신들의 세계를 재편하려고 모의할 정도로 그들의 힘은 대단했으나 흉측한 모습을 극도로 혐오하는 아버지 우라노스에 의해 지옥으로 떨어져 꼼짝 못하게 갇혀 버린다.

아버지의 자리를 노릴 가능성이 있는 자식을 아버지가 해친다는 내용은 동서고금의 신화에 자주 등장하는데, 아무리 험악하고 못생겼어도 어머니에게는 잘난 내 자식이다.

어머니 가이아 여신은 우라노스에게 아들들을 풀어달라고 간청했으나 거절당하자 복수를 결심한다.

결국 아들인 크로노스의 힘을 빌어 뜻을 이루기는 했으나, 아버지의 저주를 믿은 크로노스는 태어나는 자식들마다 먹어치우는 죄를 범하고 만다.

크로노스가 낳은 아들 중에서 가까스로 살아난 신이 바로 신들의 제왕에 오른 제우스인데, 그는 아버지 크로노스의 뱃속에 있던 형제들을 구출해서 아버지와 한판 대결을 벌이게 된다.

십여 년이 지나도록 싸움의 결판이 나지 않자,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제우스에게 지옥에 갇혀 있는 퀴클롭스 삼형제를 구출해서 함께 싸우라고 귀띔해 준다.

제우스를 돕는 테미스 여신은 이들 삼형제에게 묻는다.

“크로노스와 대적할 힘을 가진 신은 그대 삼형제뿐이다.

브론테스(천둥)여, 스테로페스(번개)여, 아르게스(벼락)여, 그대들 삼형제는 무엇으로 제우스의 빚을 갚겠는가?”“지옥에서 영원히 고통 받을 저희들을 제우스가 구해주었으니 저희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어찌 그 은혜를 갚을 수 있겠습니까. 이제 저 지옥에서 풀려났으니, 저 브론테스는 소리를 다스릴 수 있고, 스테로페스는 빛을 쏠 수 있고, 아르게스는 열기를 모아 때릴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저희들이 가진 천둥을 일으키고 번개를 쏘고 벼락을 때리는 권능을 제우스에게 몽땅 드리겠습니다.

”기상학에서는 뇌우(thunderstorm)를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강우라고 정의한다.

번개는 구름과 구름 사이에서 생기는 전기의 방전(放電)현상이며, 벼락은 공중에 있는 전기와 지상에 있는 물건과의 사이의 방전(放電)현상으로 지상에 떨어져 피해를 주는 것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퀴클롭스 삼형제를 뇌우라 한다면, 소리인 천둥은 브론테스, 전기현상인 번개는 스테로페스, 뜨거운 열을 가지고 있는 아르게스는 벼락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보통 한 여름철 어떤 지역의 공기가 낮의 태양열이나 기단불안정으로 인해 뜨거워지면 상승하게 되고, 상승된 공기는 구름으로 변한다.

이때 구름이 발달할 수 있는 조건(대기불안정, 높은 습도)을 갖추게 되면 급격히 발달한다.

이 구름은 적란운이나 뇌방전을 일으키는 뇌운(雷雲)으로 형성되면서 강한 돌풍과, 천둥, 번개, 맹렬한 소나기 현상이 발생한다.

이때 발생되는 보통정도의 번개는 3000만볼트에 해당하는 10만 암페어의 전기를 전달한다.

이 정도는 동시에 4000만개의 전구를 켤 수 있는 전기양이다.

천둥은 번개로 형성된 대기의 강렬한 열 때문에 생기는데, 번개가 치면 순간적으로 섭씨 5만도의 온도까지 상승하는데 이 온도는 태양 표면보다 8배나 뜨겁다.

엄청난 열에너지는 주변 공기 분자들에게 전달되는데, 이때 충돌하는 분자들의 충격파가 귀에 전달되는 것이 천둥이다.

이런 천둥 벼락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에, 신화에서도 가장 강한 신에게 천둥 번개를 다스릴 힘을 주었을 것이다.

이들 삼형제의 엄청난 힘을 받아 크로노스와 거인 신족을 모두 물리치고 신들의 제왕 자리에 오르게 된 제우스는 천둥 벼락의 위력으로 세상을 다스리게 되었다.

사람들은 흔히 제우스를 천둥과 벼락의 신으로 알고 있는데, 원래 천둥 벼락의 권능은 퀴클롭스 삼형제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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