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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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12.21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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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법안 스님 <논산 안심정사 주지>
온통 눈으로 덮였던 산하는 따뜻한 햇살에 오후가 되며 모두 녹아버렸다. 소복이 쌓인 눈은 보기 좋으나 운전하는 이들에게는 두려운 존재며, 햇살이 따뜻하게 비치니 양지를 모두 좋아한다. 그러나 눈썰매장을 하는 이들에게는 따뜻한 햇살이 고마울 리가 별로 없을 터.

나는 4대강 보전에 대해 소수의견을 가지고 있는 자이다. 4대강 중 다른 강은 잘 모르겠고, 금강에 대해서는 환경보전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며칠 전 금강 하구 쪽과 부여 양화 부근, 그리고 강경 부근을 다녀왔다. 자연 생태에 관심이 많아서가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곳이고, 어려서부터 금강 하구의 흙탕물에서 미역도 감고, 수영도 하고 살았고, 갯벌에서 게와 맛살 등도 잡았었고, 강 가운데 있는 모래밭에는 작은 조개가 많이 있었다.

배고픈 때의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곳이 금강이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 마을에는 작은 고깃배가 4척 있었다. 그래서 새우와 뱅어, 우여와 참게 등이 많이 나왔다. 여름 장마엔 어김없이 홍수로 부여나 강경지방의 농작물과 가축이 금강하구로 떠내려가곤 했다.

기쁨과 슬픔을 함께 가져다주는 그런 곳이 바로 금강이었다. 그 뒤 금강 하굿둑이 건설되고 안정된 농업용수를 확보한 충남 남부의 곡창지대는 풍년을 맞이하곤 했다. 문제는 금강 하굿둑이 편리와 용수의 원활한 공급을 가져다 준 반면에 우리가 간과했던 것은 수질문제이다. 최근 들어 금강물이 썩어간다는 것을 조금만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구난방(衆口難防)이란 말이 있다. 모두들 4대강 사업과 세종시 문제로 전국이 시끄럽다. 국회는 본 업무를 내려놓고 그 사업에 대한 논쟁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물론 전문적인 지식과 역사적 사명감에 불타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더욱더 큰 이유는 당리당략과 사리사욕이 아닌가?

나는 사회의 각 분야 전문가들을 만날 때마다 국가 정책에 대해 상세히 묻곤 한다. 수행승이라고 해서 역사를 초월해 살 수만은 없는 것이고, 또한 그 역사에 대하여 책임이 없다고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금강물이 썩어서 이젠 방생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작년엔 파란 이끼가 끼어서 그래서 50센티 내지 1미터 정도는 속이 보였었다. 엊그제 금강하구에 갔을 땐 30센티도 보이지 않는 검붉은 이끼가 물을 흐리고 있었다. 왜 금강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걱정하는 소리는 없는지 그것이 의문이다.

모두들 자신의 소리를 내느라고 열심이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장점이자 취약점은 모두가 주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중의 책임은 무책임이란 말이 있다. 모두 주인이다 보니 정작 자신의 목소리로 만든 사회의 잘못된 점을 책임지는 이가 없다. 우리는 역사에 책임을 져야 한다. 결코 자신이 어떤 주장을 했든지 간에 그 책임은 본인이 진다는 것이 불교적 세계관이다. 그래서 신중해야 한다.

우리는 역사의 교훈을 통해 볼 때 그 구성원들이 선공후사(先公後私)의 맘과 사리사욕(私利私慾)의 맘이 대립해 왔다. 그 조직의 쇠퇴기에 나타나는 공통적 특징이 두 가지 맘의 대결에서 사리사욕이 앞지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제국의 몰락'이란 글에 그렇게 나와 있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 그것은 일정한 반복을 통해서 말이다.

아마존 강에는 올챙이가 올챙이를 낳는다고 한다. 성숙된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 잠시 침묵하면서 과연 내가 역사에 대하여 무엇을 할 것이며, 어떤 책임을 통감하고 있는지, 아니면 부화뇌동하고 있는지도 심사숙고해 볼 일이다. 하루하루 쏟아져 나오는 정보가 과연 정확한 정보인지도 검증하기가 무척 어렵다.

중구난방, 많은 이들의 입은 막기가 쉽지 않다.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다수의 의견도 모으기가 어렵다. 그게 오늘날 정보화 사회의 맹점인지도 모를 일이다. 제 의견만을 고집할 때엔 그 사회는 이미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말일 것이고, 거기에 선동정치가들이 가세하면 그 사회는 급속히 몰락기에 접어든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란다. 우리는 지금 어디쯤에 서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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