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딛고 첫 시집낸 이경학씨
장애 딛고 첫 시집낸 이경학씨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4.07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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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내가 묻어 있다’는 내가 죽어 피어난 꽃이다“살아남기 위해 글을 썼습니다.

안락사를 꿈꿀 만큼 고통스러울 때도 글 쓰는 동안은 잊을 수 있었기에 시, 산문, 소설 닥치는 대로 썼습니다.

그것은 내게 최선의 진통제였으므로….”뇌혈관질환으로 좌반신, 하반신이 마비된 이경학씨(47)가 온몸이 옥죄는 지독한 통증 속에서 열정을 다해 써온 시를 모아 첫 시집 ‘허공에 내가 묻어 있다’를 펴냈다.

홍익대 미대 재학중 82년 독일로 가 국립 슈트트가르트 미술대학 회화를 졸업한 이씨는 그림에 푹 빠져 있던 시절 뇌혈관 질환으로 좌반신 마비가 왔다.

처음에는 독일 재활치료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불편한 다리에 보조기구를 차고 지팡이를 짚고 걸었다.

만능 스포츠맨과 호탕한 성격답게 크고 거친그림을 고집하던 그는 투병중에도 독일에서 세계 최초 숲속 개인전과, 병원에 입원 중 즉흥적 소품을 작곡해 한손으로 피아노 독주회를 가질 만큼 삶에 대한 열정도 강했다.

좌반신 이후 하반신까지 마비된 그는 끝내 신체의 절반을 포기해야만 했다.

다행히 말하고 생각하는 기능과 오른손이 살아 있다는 것이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말하는 이씨는 “처음부터 시를 쓰겠다는 생각은 안했습니다.

다만 순간순간 느끼는 것들을 낙서처럼 적어왔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골격을 갖추고 시의 형태를 갖추게 되 세상에 빛을 본 시집 ‘허공에 내가 묻어 있다’는 “내가 죽어 피어난 꽃이다”고 말했다.

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간결한 언어로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고, 그로인해 사람을 착하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가끔 아버지가 차에 태우고 다니며 아름다운 것을 보여 주는데 몸이 불편한 만큼 생각도 많아지고 감성도 풍부해져 아름다운것을 보면 자꾸 눈물이 난다는 이씨는 “시인의 삶은 그 삶 속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야 하는데 내 안에 우려낼 것이 있는가 하는 마음에 시인이란 호칭이 매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화한 ‘둥지’는 플라맹고의 혼을 뜻하는 ‘DUENDE’는 프랑스에서 유학하고 있는 한국인 화가 ‘나’를 주인공으로 한 그의 연애 소설이다.

실제로 본인이 소설속 주인공처럼 연애를 꿈꾸는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이씨는 “그것은 아니다”며, “고등학교 때부터 멋진 연애 소설을 써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진정한 시인의 삶을 살고 싶다”이씨의 곁에는 늘 그의 유일한 친구이자 애인이 있다.

대전고 동문 친구들이 6년전 선물한 컴퓨터다.

거동이 불편한 이씨와 연로하신 부모님을 위해 컴퓨터 책상에 바퀴를 달아 밀고 당겨 쓸 수 있도록 했다.

컴퓨터가 방으로 쳐들어왔다고 말하는 이씨, 쉼없이 자판과 마우스에서 손을 떼지 않는다.

오른손이 살아 있음에 ‘하나님의 축복’을 다시 실감케 했다.

그동안 습작으로 써 놓았던 글들은 한편 한편 컴퓨터에 저장되었고, 컴퓨터를 통해 세상과의 소통이 시작됐다.

타인의 글을 마음껏 읽기도 하고, 온- 오프라인을 통해 애청자들과 수시로 만나며 작품의 영감을 얻기도 한다.

그림중독을 앓던 그는 소품으로 꾸준히 그려온 시사 만평, 시사성, 광고 등 그림 엽서가 약 400여편에 달해 전시회도 계획중에 있다고 한다.

TV를 통해, 사이버 공간에서 보여지는 사회 부조리에 분노할 때 그는 희망과 꿈을 담은 엽서를 친구, 친지, 방송사 등 마음이 가 닿는 곳 어디든 띄운다.

교회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진데 힘입어 신앙이 자신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이씨는 “의도적으로 작품에서 나타내려 애쓰지는 않는다.

하지만 무의식중에 작품 밑바탕에 깔릴 때가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실존에 ‘나’와 작품에 ‘나’안에서 진정한 시인의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하는 그는 또 다른 탈피와 애절한 변신을 꿈꾼다.

/신준수기자lovemunhak@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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