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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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4.26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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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는 엄청난 횡재를 하고 있다.

그것도 한두 푼도 아니고 삼성그룹의 8000억원에서 이어 론스타의 1000억원, 그리고 현대자동차의 1조원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금액의 사회헌납이 쏟아지고 있다.

이것이 끝이 아니라 하니, 한마디로 국민들은 돈벼락을 맞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아름다운(?) 행위에 기쁨보다는 ‘한국적인, 너무나 한국적인’ 상황에 대해 씁쓸한 느낌을 감출 수 없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최근 일련의 상황을 조각조각 맞추어보자. 먼저 연초 대통령은 국정과제로 ‘사회의 양극화’문제를 제기했다.

그 해결책으로 대두된 것이 경기회복보다는 가진자의 사회적 책임이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삼성-론스타-현대자동차로 이어지는 재벌들과 투기자본에 대한 불법적인 상속과 투자이익에 대한 문제제기가 검찰을 중심으로 하여 강력하게 이루어졌고, 이들은 앞다투어 이윤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발표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우리의 특수성으로 설명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우선 이번 돈벼락의 출발이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 첫째로 한국적인 상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양극화문제 해결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검찰을 비롯한 최고 권력기관들이 그동안 묵인되었던(?), 가진자들의 편법과 불법 행위를 갑자기 엄벌하고자 한 것부터가 왠지 석연치 않다.

물론 이들 국가기관들이 ‘정의실현’이라는 본연의 발로라 한다면 할말은 없지만, 우리의 역사는 이와 같은 의혹제기를 그렇게 탓하지는 않을 것 같다.

두 번째로 막대한 부를 상속하려는 재벌들의 그 행태가 너무도 한국적이다.

자식을 위해 아낌없이 주려는 마음은 재산의 많고 적음의 차이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적선지가필유여경(積善之家必有餘慶)’이라는 말처럼, 자식에 복을 주어야 할텐데 그 많은 재산도 모자라 정당하지 못한 방법까지 동원한다는 것이 왠지 미덥지 않다.

이는 자칫 그들이 쌓아올린 찬란한 업적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세 번째로 정당하지 못한 이윤의 사회환원은 부정부패의 또다른 일면이다.

부패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없다.

불법적인 행위를 묵인 혹은 동조함으로써 그에 대한 대가를 받고자 하거나 받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막대한 금액을 사회에 환원한 이들은 그 부의 사회적 정당성을 의심받고 있다.

네 번째로 돈이면 뭐든지 다 된다는 천민자본주의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들의 행위가 단순히 아름다운 기부가 아닌, 그 이면에 자신들의 추악함을 면죄받으려는 숨은 뜻이 있어보인다.

비록 가난하지만 바르게 세상을 살아가려는 대다수 국민에게 이와 같은 값싼 행태는 용납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너무 슬퍼하거나 우리 사회를 자학할 필요는 없다.

거꾸로 생각하면 이와 같은 일이 공개되고, 사회환원이라는 방법을 통해 그들의 정당성을 조금이라도 확보하고자 하는 그 자체가 그만큼 우리 사회가 깨끗해졌다는 반증이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와 같은 일들은 문제도 되지 못하였고, 설령되었다고 해도 권력자 몇 명의 입막음 비용으로 처리될 그런 사건이었다.

비록 우리 사회의 변화속도감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분명히 대한민국은 전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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