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돌프 사슴코
루돌프 사슴코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12.14 21: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낮은 자의 목소리
이길두 <청주교구 교정사목 신부>
♪♬ I wish your merry christmas, I wish your merry christmas ♪♬

쇼 윈도우에 진열된 성탄 맞이 선물들, 도시마다 오고가는 사람들의 선물꾸러미, 커피숍과 백화점 입구에 아름다운 조명으로 밝게 빛나는 크리스마스 트리는 성탄절이 곧 가까이 다가왔음을 알린다.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유난히 등장하는 동물이 있다. 루돌프 사슴이다. 며칠 전 커피숍에 들어가는데 안개등으로 반짝이는 루돌프가 손님인 나를 마중 나왔다. 보자마자 이 루돌프는 진짜가 아닌 가짜임이 드러났다. 하얀 사슴에다가 술을 먹어서인지 빨간 코는 영락없이 주독에 빠진 사슴이다.

이렇게 술을 먹어가지고 어찌 선물 마차를 몰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그림엽서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산타 할아버지 한 손에는 술병이 들려 있었고, 루돌프는 술을 먹고 음주운전 하는지 눈이 뱅뱅 돌고 있었고, 아이들은 근심어린 눈으로 산타와 루돌프를 걱정하는 그림이었다.

선물은 성탄의 기쁨이요. 산타와 루돌프는 하느님 사랑과 은총의 심부름꾼이요. 아이들은 우리들의 소망을 표현하고 있다.

미국의 작가 메이는 젊은 시절을 어렵게 보낸 사람이다. 동화작가로 성공하려고 노력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고, 그의 글은 이름도 없는 잡지에나 겨우 실릴 정도였다. 설상가상으로 아내는 병을 얻어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그런 고난의 터널 가운데서 동화 한 편을 발표했다. 성탄절이 되면 즐겨 부르는 '루돌프 사슴코'의 이야기이다.

루돌프는 유난히 코가 붉어 친구 사슴들에게 조롱을 당하는 사슴이었다. 못생긴 빨간 코 때문에 외톨이가 되어 외롭게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 마을에 산타가 찾아왔다. 썰매를 끌어줄 사슴을 뽑기 위해 온 것이다. 동네 사슴들은 저마다 영광스러운 산타의 썰매를 끄는 일에 뽑히려고 모여 들었는데 뜻밖에도 루돌프가 뽑혔다.

루돌프가 뽑힌 것은 강한 다리와 무엇보다도 붉은 코 때문이었다. 빨간 코가 산타의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루돌프는 친구 사슴들의 부러움을 받았고 산타의 썰매를 끌며 선물 꾸러미를 나누어주는 신나는 일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붉은 코 루돌프 사슴은 곧 작가 자신을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붉은 코 때문에 소외당하며 살았던 루돌프 사슴에게 산타가 찾아와 썰매를 끌고 선물을 나누어 주는 일을 하도록 한 것처럼 우리 예수님은 어두운 세상 가운데 죄로 인해 슬퍼하는 사람들에게 평화를 주러 오셨다.

성탄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파트에 갇혀 고향 그리는 노인에게도 눈먼 부모에게 버림받은 어린이들에게도 닻을 잃은 고독한 젊은이에도 시간에 쫓겨 삶의 의미를 잃은 자에게도 어둠에 잠긴 온 누리에 구석구석 고루고루 아기 예수님의 탄생이 하늘에는 기쁨이요, 땅에서는 평화로 복된 성탄절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나의 약함과 결점인 붉은 코를 하느님은 당신 사랑의 도구로 쓰십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