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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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01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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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과 5월 31일
해마다 때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온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20년 전인 1886년 5월 1일 미국의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제를 위하여 들고 일어난 이 날을 기려 예년처럼 우리 정부는 ‘근로자의 날’ 기념행사를 치르고 노동계는 ‘노동절’ 기념행사를 치른다.

때가 되면 오고 가는, 그저 그런 날일 뿐인 이 날이,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는 매우 특별하고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그것은 우리 노동계가, 우리 사회가 지금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위기 속에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호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정권과 국내외 거대 자본의 한통속이 힘차게 추진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사회경제 정책의 소용돌이 속에 놓여 있다.

이 결과 이미 전체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락하여 저임금과 각종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사회의 허리 격인 중간계층은 급속히 붕괴되어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농어민과 중소 상공인들은 생존 자체를 위협 받고 있다.

그렇다고 미래의 전망이 밝은 것도 아니다.

시간이 갈수록 이 고삐풀린 말은 우리 서민 대중의 삶을 무참히 짓밟을 것이다.

이런 상황은 우리 사회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일대 위기 상황이 멀지 않았음을 똑똑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회의 위기를 가져온 주범이 신자유주의임은 분명하지만 신자유주의로 인하여 가장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 노동자들, 그리고 노동운동 진영 내부에도 심각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 땅의 적지 않은 노동자들은 자기들이 노동자라는 의식도 투철하지 않고, 기업별 노조의 울타리 안에서 안주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땀을 착취하는 일에 직접 혹은 간접으로 동참하고 있다.

이들과 더불어 심지어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비정규직 양산에 앞장서는 정당들, 정치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한편으로 조직 노동운동 진영에도 문제가 적지 않다.

과거민주적 노동운동 자체가 불법으로 간주되어 각종 탄압을 받던 시절에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권력과 자본의 탄압 탓으로 돌리는 것이 대부분 진실이었고, 국민들 사이에서 먹혀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민주노총 자체가 하나의 거대조직으로 성장하였고, 거대 조직에서 흔히 나타나는 내부의 파벌 싸움이나 부정부패에서 자유롭다고 말하기 어렵다.

또한 사업을 추진하는 작풍에 있어서도 달라진 현실과 여건이 별로 반영되지 못하고 거의 기계적 수순에 의한 천편일률적 대응으로 일관해 오지 않았나 하는 비판도 받을 만하다.

객관적 상황이 좋지 않고 또 이를 정면에서 돌파해야 할 주체 역량이 충분히 각성되고 준비되어 있지 못한 상황, 이것이 오늘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 실체이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기회는 위기 속에 있다.

문제를 간단하게 생각하자. 신자유주의로 생존 자체를 위협 받고 있는 서민 대중들이 고개 한번 돌리면 지옥 바로 옆에 천당이 있음을 깨달을 수 있지 않겠는가. 누가 우리 서민들의 삶을 옥죄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가를 가리는 일은 어렵지 않다.

또한 그들에게 표를 주지 않는 일도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바로 한 달 뒤면 우리에게 그렇게 할 기회가 생긴다.

지금 서민 대중과 노동자들, 그리고 노동운동 진영은 바로 이 일에 총력을 집중해야 하며 이 운동을 통하여 거듭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금년도 노동절의 특별한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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