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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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4.18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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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빈대떡 참 좋아하셨지메밀묵도 만두국도일년에 한 두어 번 명절상에 오르면손길 잦았던 어느 것 하나차리지 못했네배추된장국과 김치와 동치미흰 쌀밥에 녹차 한 잔내 올해는 무슨 생각이 들어당신 돌아가신 정월 초사흘아침밥상 겸상을 보는가아들의 밥그릇 다 비워지도록아버지의 밥그릇 그대로 남네제가 좀 덜어 먹을게요얘야 한 번은 정이 없단다한 술 두 술 세 숟갈학생부군 아버지의 밥그릇아들의 몸에 다 들어오네아들의 몸에 다 비우고 가시네-시집 ‘적막’(창비) 중에서중국 청도에서 함께 노닐던 벗의 아버님 부음을 듣고서, 쪽지에 이렇게 적어 주머니에 넣어주었다.

“아버님 남기신 몸이/나이시니/아름다운 산하에 젖었다고/슬퍼 마시라//아버님 남기신/밥이/나이시니/빈 배 같은 벗으로 배불렀다고/말씀 올리시라” 돌아가신 아버님께서 남기고 가신 유물이 나인 걸 왜 모르랴. 내 몸으로 모시는 아버지 생각에 배부른 밥상을 생각하시라. 그래도 가끔은 허전해서 눈물이 난다.

어버지는 내 몸에 사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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