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도 이름이 중요하다
학과도 이름이 중요하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9.12.01 2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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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금란<교육·문화부차장>
최근 배우 김민선씨가 김규리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다.

영화 '미인도'로 연기력과 명성까지 얻었던 그녀의 개명 소식에 원래 이름인 '민선'도 괜찮은데 구태여 부모가 주신 이름까지 바꿀 필요가 있나 싶었다. 물론 김민선씨는 소속사를 통해 "1남 4녀인 집에서 네 번째 딸로 태어나 아들을 낳고 싶어 하는 가족의 소망 때문에 규리라는 이름이 있었고, 돌아가신 어머니와 형제들도 그렇게 불렀다"고 개명의 이유를 밝혔다.

지난 2006년 11월 대법원이 "범죄 시도·은폐 등 뚜렷한 문제가 없으면 원칙적으로 이름을 바꿀 수 있도록 허가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 후 개명 신청이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11월 대법원이 개명을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뒤 법원에 '이름을 바꿔 달라'는 이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1999년 3만656건에 불과했던 개명신청건수는 2008년 14만6840명으로 급증했다. 이름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고 운명이 바뀐다는 일설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름을 부르는 자도 불리는 자도 만족스러워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이런 사례는 수험생이 대학교는 물론 학과를 선택할 때도 적용되는가 보다. 수시 전형이 한창인 요즘 한 대학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 "사람한테 이름이 중요하듯 학과 이름도 지원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는 말을 꺼냈다. 이 교수는 중국학부의 경우 중어중문학과와 중국통상학과가 설치돼 있지만, 수험생들은 학부 이름만으로 공자, 맹자를 떠올리며 기피 현상을 나타내 학부 명을 중국통상학부로 바꿔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밝혔다. 또 산업공학과와 레이저광정보공학과를 통합한 산업레이저광정보 공학부도 서두가 '산업'으로 시작해 주변에서 "언제적 산업혁명을 공부하냐"는 지적과 함께 차라리 레이저산업광정보 공학부라로 개명하면 최첨단 냄새라도 풍긴다는 조언까지 들었다고 했다.

학과 선택은 오로지 수험생의 몫이다.

좋은 학과, 훌륭한 교수진이 배치돼 있어도 수험생은 알지 못한다.

학부 이름만으로 편견을 갖는 수험생들 생각을 읽어내는 대학의 변화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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