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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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4.18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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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영아, 가영이는 뭐가 제일 좋으니?”“음… 칭찬.”“가영이는 뭘 제일 하구 싶은데?”“몰라요. 우리 엄마가여…, 어제 오빠가 잘못해서 막 혼냈어요.”“어, 그랬구나. 가영이는 꼭 하고 싶은 것 없니?”“음… 선생님, 우리 엄마는요, 밥두 잘해요.”올해 새로운 학급을 맡으면서 새롭게 만난 특별한 아이와 나눈 대화다.

이 아이는 정신지체와 발달 장애, 과잉행동 장애를 함께 보이는 중복 장애아이다.

이런 특수교육 대상 아동을 처음 만난 것은 2001년 군 복무를 마치고 그 해 10월 처음 발령을 받았을 때였다.

당시 1학년을 맡았는데, 1학년 아이 중에 자폐아가 있었다.

나는 처음 자폐 성향이 있는 그 아이를 대했을 때 무척 당황스러웠는데 일선 학교에 처음 발령을 받아 특수교육 대상 아동을 만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발령 첫날부터 반 아이들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는데, 그 아이 때문에 반 전체의 학습 분위기가 좋지 않게 변하기 일쑤였다.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 1주일 중 단 하루, 아니 단 한 시간도 없었다.

그 후, 자폐아의 특징과 교육 방법을 찾아보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때 보았던 황당했던 문구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자폐성향이 있는 아이는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기 힘들고…….’도대체 어떻게 가르치란 말인가.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기 힘들다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도무지 해답이 찾아지지 않았다.

그런 아이에게 내가 무엇을 해줘야 하고,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불확실함 때문에 비록 반 학기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마음고생을 무척이나 많이 했다.

아무리 가르쳐도 좋은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설령 효과를 보인다 하더라도 그 결실이 너무 적어 나의 노력이 불필요한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그런 아이들은 일반학급에 있는 것 자체가 본인이나 다른 아이들에게 모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되었다.

그러기에 더더욱 평범하게 생활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만 커져갔다.

그 후로 해마다 학습 장애 아동, 정서장애 아동 등 대 여섯 명의 특수교육 대상 아동을 만나게 되었고, 몇 해를 지나면서 나름대로 더 많은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서적과 각종 연수를 통해 통합교육에 대한 이론을 공부하기도 했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교과 학습이나 기타 학습에서 수준 향상과 같은 큰 것을 기대하지 말고 일반 아동들과 함께 원만하게 생활하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이끌어 주는 것이 중요한 교육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한 과정을 이미 거쳤기 때문에 올해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가영이를 만나게 되었고, 편안한 마음으로 가영이를 대할 수 있었다.

가영이 역시 대화하기가 좀 어려운 아이이다.

그러기에 어떻게 생활지도를 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는 않는다.

그래도 열심히 해보면 밝은 미래가 보이는 법. 대화하기, 책상정리 지도, 학습하기 지도 등 하나에서 열 가지 꼭꼭 짚어가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 몇 배의 수고를 해야 작은 것 하나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러나 이 아이들이 일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더 나아가 성인이 되어서는 원활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오늘도 한 발 한 발을 내딛고 있다.

지금 가영이가 ‘선생님께’로 시작되는 편지글 형식으로 자기의 느낌을 나에게 표현할 수 있을 때까지 몇 배의 수고를 아끼지 말자는 다짐을 다시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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