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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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01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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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부용아씨의 복수

“어허! 그런 계집을 데리고 사는 사내는 그야말로 볼짱을 다 보고 말겠는데.”율량은 크게 놀라운 듯 두 눈을 번쩍뜨며 말했다.

“지극히 당연한 말씀이옵니다.

그러니까 아무런 대책도 없이 오로지 그 맛에 취해 고런 계집을 끼고 사는 사내놈은 몸 안의 정기가 정신없이 쪽쪽 빨려져서 결국엔 패가망신 당하기 딱 알맞지요. 대신님께서야 어련히 알아서 잘 하시겠지만, 제가 요런 여자를 붙여드리면 적당히 즐기는 선에서 반드시 끝을 내셔야만 할 것입니다요.”“으음음……. 알았네. 그런데 한편 생각해 보면 조금 아쉬운 맛이 있구만. 그런 기가 막힌 계집을 어렵사리 구해가지고 단지 한두 번 정도로만 즐기고 난 다음에 그냥 보낸다는 것이…….”율량이 빈 입맛을 쩝쩝 다시면서 다시 말했다.

“그러니까 요런 계집은 적당히 즐기고난 다음, 비싼 값을 받고 다른 곳에 얼른 되파는 것이 상책이옵니다.

제 자랑이 아닌 게 아닙니다만, 선천적인 명기로 태어난 여자인지 아닌지를 알아보는 눈이라든가 재질이 조금 있어 보이는 여자를 골라 정식 명기로 조련시키는 방법 등등에 있어서는 제가 제법 이골이 난 편입니다요. 실인즉, 천리 이상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제가 이곳 한벌성에까지 찾아온 목적은, 혹시나 이곳에서 명기로 만들 만한 여자가 있는지 한번 구해보기 위함이었습니다.

”“아, 아니! 그 그럼, 선천적이 아닌 후천적으로도 여자를 명기로 만들 수가 있단 말인가.”율량이 놀라며 다시 물었다.

“하하하……. 만병을 치유할 수 있는 영약(靈藥) 산삼(山蔘)에도 진짜배기가 있고 가짜가 있을 수 있을진대 명기 중에 왜 진짜와 가짜가 없겠습니까. 하지만 ,산삼 씨를 구해다가 몰래 심어서 키운 가짜 산삼과 진짜 산삼을 구별해 내기가 용이치 않은 것처럼, 명기 역시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인지 아니면 후천적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다듬어서 만들어진 명기인지를 알아내는 자는 거의 없다고 보아 무방하리라 생각되옵니다.

”강치가 아주 자신 있게 말했다.

“으음, 알았네. 어쨌든 우리 아우님께서는 지금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으니 이번 판엔 반드시 나를 이겨가지고 황금을 차지해 보도록 하게나. 자, 시작하지.”율량이 손으로 백돌을 한 움큼 쥐어 잡으며 말했다.

“그, 그러지요.”강치가 이를 악물며 대국에 다시 임하였다.

물론 이번 대국의 결과는 너무나도 뻔하였다.

율량은 정말로 명기 맛을 간절히 원했기 때문인지 초반부터 악수(惡手)를 연발하였고 강치는 이를 철저히 응징하여 대번에 판세를 유리하게 만들어버렸다.

“허허허! 내가 졌네, 내가 졌어. 좋아, 첫판은 내가 자네에게 이겼으니 자네가 말하는 명기를 내가 대접받아 보기로 하고, 둘째 판은 자네가 나를 이겼으니 내가 무슨 수를 써서든지 자네를 감옥에서 빼내어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힘써주겠네.”율량은 깨끗이 돌을 거두고는 약속대로 황금덩어리를 강치에게 건네주었다.

“아이고, 감사하옵니다.

감사하옵니다.

하해와 같이 넓고 넓은 이 은혜를 이 몸은 백골이 되어서라도 절대 잊지 않겠사옵니다.

”강치는 앉아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율량에게 큰 절을 넙죽 올렸다.

어느 틈엔지 그의 얄밉게 쭉 째어진 두 눈에서는 눈물이 철철 흘러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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