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련
백목련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4.26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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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주말여행을 떠났다.

날씨가 안 좋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그다지 나쁘진 않았다.

오랜만에 보는 바다나 대천항의 냄새가 금세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밤바다에서 켜는 폭죽놀이도 아이들에게는 매번 해도 좋은 놀이인 것만은 틀림없다.

대천에서 1박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보령 석탄박물관을 들렀다.

광부인형을 만들어 직접 석탄을 채굴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갱도 안의 생생함을 맛보았다.

보령을 지나 부여로 향했다.

‘부여’ 하면 나는 늘 떠오르는 게 있다.

마지막으로 옮긴 백제의 왕도. 사비성이 무너지면서 660년을 지켜온 백제를 잃어버린 곳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백제는 강성한 고구려에 밀려 점점 아래로 도읍을 옮기다 마침내 나당연합군에 의해 스러져간 나라, 황산벌에서 5000 결사대와 목숨을 바친 계백장군, 낙화암에서 백마강으로 떨어진 삼천궁녀, 이것들이 내가 알고 있는 것 전부이다.

부여박물관으로 향하다 우연히 ‘백제역사문화관’을 관람하게 되었다.

‘백제하늘아래 서다’라는 조형개념으로 미륵사지 3탑 3금당을 모티브로 건립되어 지난 3월16일에 처음 개관을 하였다.

다른 박물관과 사뭇 다른 것은 백제 유물들이나 무령왕릉의 내부를 사실처럼 꾸며놓은 것에 놀랐다.

그리고 역사문화관 뒤편으로는 백제 왕궁을 재현하는 공사가 진행 중에 있다.

아마도 완공이 되면 그 웅장함에 또 한 번 놀라지 않을까싶다.

전시실은 모두 4개로 나뉘어져 있었다.

각 전시실마다 백제의 문화나 역사를 보다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백제인의 모습을 인형으로 만들어 재현하고 있었다.

백제는 한성, 웅진, 사비시대를 거치면서 적어도 부여(사비성)에서 가장 찬란했던 123년의 시간을 고스란히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듯 했다.

백제야 놀자, 라는 제목으로 아이들이 실습할 공간을 마련하여 자칫 역사를 따분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도 놀이를 통해 접근할 기회를 주는 공간도 있었다.

백제를 대표하는 것 중에 능산리절터에서 출토된 ‘금동대향로’이다.

맨 위에는 봉황이, 맨 아래에는 용이 있으며 꼭대기엔 산과 사람들 그리고 동물들이 있다.

백제 사람들은 자연과 조화롭게 살길 바라는 마음이 대향로에 담겨있다고 전한다.

1993년에 출토될 당시에 천년을 훌쩍 뛰어넘긴 유물이라고 하기엔 보존 상태가 너무 좋았다고 한다.

다른 유물과 달리 누군가 인위적으로 숨긴 듯한 모습으로 세상에 드러났다.

대향로 밑바닥에는 기왓조각 같은 것들이 잘게 부수어 진 채 깔려있었고, 대향로 위에는 다시 기왓조각과 나무들이 잘게 부수어 진 채 덥혀 있었다고 한다.

나당 연합군에 의해 멸망 직후에 백제가 대향로를 이렇게 숨긴 것은 훗날을 기약하기 위한 백제의 마지막 몸부림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 외에도 칠지도가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연출기법으로 짠∼하고 나타난다거나 서산마애삼존불을 보고 돌부처가 되어보는 투영기법, 멀티스크린 등이 다양하게 설치되어 있어 돌아보는 동안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역사책에서 조차 백제의 모습은 고구려나 신라에 비해 작고 보잘것없이 비춰졌다.

그나마 ‘서동요’라는 드라마로 인해 많이 알려진 걸 다행으로 생각했다.

부드럽고 온화한 정답고 알뜰해 보이는 백제의 정신세계. 파편적으로 남아 있는 백제의 모습을 소박하나마 어떠한 형태로든 조금씩 드러내는 것 같았다.

거대하고 잃어버린 왕국을 되찾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름다운 날, 부드럽고 풍요로운 백제 사람이 되어 아이들과 부여로 떠나봄이 어떨까./글쓰기 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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