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64>
궁보무사 <6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4.18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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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부용아씨의 복수

“제가 팔결성주 오근장에게 시집을 간 바로 그 첫날 밤,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지 아세요. 비록 제가 일찌감치 사내놈들과 눈이 맞고 배가 맞아 찐하게 놀아나긴 했지만, 그래도 정식으로 혼례를 치르고 난 새색시였으니 오죽이나 꿈에 부풀고 가슴이 설렜겠어요. 그런데 팔결성주 오근장놈은 새색시인 나에게 대뜸 이렇게 먼저 묻는 거예요. 너 혹시 명기는 아니냐고.”“명기, 명기라니요?”율량이 짐짓 모르는 체하며 물었다.

“아, 왜 있잖아요? 여자의 그것이 희한하게 되어 있어서 받아들이는 남자를 아주 환장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 말예요. 대개 수천수만 명 중에 한 두 명꼴로 있다는데 솔직히 저는 명기와는 거리가 한참 먼 여자거든요. 그리고 설사 제가 명기라고 한들 어떻게 여자의 입으로 그런 낯이 뜨거운 말을 할 수가 있겠어요. 제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더니 그 오근장 놈은 씨익 웃으면서 제 옷을 과일 껍질처럼 한 꺼풀 한 꺼풀씩 벗겨내더니 홀라당 알몸으로 만들어 버렸어요. 그리고는 갑자기 저에게 이상한 짓거리를 요구하였지요.”“이상한 짓거리, 이상한 짓거리라니요?”“글쎄 새색시인 저에게 난데없이 개오줌 누는 자세를 한 번 취해보라는 겁니다.

”“개오줌 누는 자세, 아니, 그게 무슨….”율량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듯 입을 딱 벌리며 지금 가벼운 흥분에 들떠 있는 부용아씨의 예쁜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호호호……. 뻔 하잖아요. 네발로 돌아다니는 개가 오줌을 눌 때에 얌전히 누는 경우가 어디 있나요? 반드시 자기 한쪽 다리를 위로 번쩍 치켜들고서 볼 일을 보곤 하지요.”“아니, 그 그럼……. 아씨께서는 첫날밤에 그런 해괴망측한 자세를 취하셨단 말입니까?”율량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별 수 있나요? 그 늙고 무식하고 힘이 센 놈이 자기가 시키는 대로 따라서 하지 않으면 그냥 때려죽이고 말겠다며 겁을 주는데……. 처음에는 제 명예와 자존심을 생각해서라도 그런 재수 없고 천박한 자세만큼은 절대로 취하지 않겠다며 제가 조금 버티기도 했었어요. 하지만 놈은 침실 안에서 어떤 다급한 소리나 외침이 들려나와도 호위무사들이 함부로 튀어나오지 못하도록 아주 단단히 교육을 시켜놨더라구요. 어쨌든 저는 신혼 첫날밤부터 본의 아니게 개취급을 당한 셈이 되고, 아니, 결국 개처럼 놀고 말았어요. 그러나 이정도로는 약과였답니다.

”부용아씨는 그때 그 일을 생각만 해봐도 소름이 끼치고 치가 떨리고 분통 열통이 죄다 터지는 듯 몇 번씩이나 이를 악물어가며 고개를 마구 흔들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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