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비가 피워낸 ‘열 일곱송이 치자꽃’ (책사진 스캔에 있음)
그린비가 피워낸 ‘열 일곱송이 치자꽃’ (책사진 스캔에 있음)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4.21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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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하는 것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욕망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그런 욕망을 채워주는 것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기나 적성을 살려내는 일이기도 하다.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정성스럽게 차(茶)를 우려내는 것이 특기인 임순옥 수필가(58)가 찻물 끓는 소리를 들으며 들꽃 같은 자신의 삶속 이야기를 우려낸 56편의 글을 모아 첫 수필집 ‘열 일곱송이 치자꽃’을 펴냈다.

“그린비를 찾는 사람들의 훈기로 인해 내가 행복합니다.

”‘그린비’는 임씨가 7년째 운영하고 있는 찻집이다.

7월에야 고고한 향을 뿜어내는 치자꽃이지만 요즘 때 이르게 활짝폈다는 소문에 그 향을 맡으려고 찾아드는 사람들로 ‘그린비’는 북적댄다.

2001년 문예한국 여름호 수필부문 ‘열 일곱송이 치자꽃’으로 등단한 임씨는 소박한 삶의 희구(希求)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자연의 순리에 대한 깨달음이 깊은 글을 그동안 여러 문학지에 기고해 오면서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임씨의 글은 친근한 사람과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듯 소박하면서도 정겹다.

수필집이라는 고정된 틀을 과감히 깨트리는 일탈이 있어서 좋다.

이 책에 간간이 삽입한 삶의 단상은 독자들로 하여금 속도감을 채찍질 해 더욱 신선하다.

이번 수필집에서 가끔은 낯선 세상으로 떠나는 일에 두려움을 갖지 않는 임씨를 만날 수도 있다.

‘마곡사 어귀에 들어서자 내 마음 밑자락에 어지럽게 얼룩진 욕심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흔적없이 말끔히 사라진다.

세상살이 하는 바른 지혜와 내일에 대한 먼 하늘 빛 희망만을 간직하며 친구와 장밋빛 긴 터널 속을 준비된 자세의 우정으로 영원히 가고 싶다.

’ -‘어느 오후의 외출’ 중에서임씨의 글 속에는 수필이 지향하는 ‘감동’, ‘충격’, ‘깨달음’이 있다.

삶의 현장에서 이삭을 줍듯 진솔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눈안개를 보면서 자아를 성찰하기도 하고, 병상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관조,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삶의 의미에의 천착과 죽음에 대한 관조가 잘 나타나 있다.

열평 남짓한 ‘그린비’는 모든 사람들의 쉼터이자 응접실인 셈이다.

누구든 이곳에 들려 꽃향기, 차향기에 취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임씨는 고달프고 누추한 현실에서 보여지는 삶을 외면하거나 거부하지 않고 따뜻한 마음으로 보듬는다.

때로는 퍽퍽, 맨몸으로 들이받기도 하지만, 그린비의 단골손님들은 그런 그의 심중을 안다.

이번 ‘열 일곱송이 치자꽃’을 조심스레 손님들 앞에 내어 놓은 임씨는 “그린비에 오는 손님들이 마음편하게 머물다 가듯이 이 책을 읽는 사람들 또한 작은 쉼터에 머무는 마음으로 읽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책을 펴내면서 나를 스쳐간 모든 사람들의 인연이 소중하고 감사한 사람들이라며 늘 기쁜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과 아름다움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임씨는 “출판기념회는 따로 하지 않지만 이곳 그린비에서 날마다 출판기념회를 열고 있다”며 누구든 책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그린비에 들려 책을 받아가라고 말한다.

/신준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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