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여서 행복한걸
함께여서 행복한걸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11.16 2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낮은 자의 목소리
백영기 <쌍샘자연교회 담임목사>
예수님이 왜 제자들을 세우셨을까? 과연 도움이 되셨을까? 당신은 아쉽거나 부족한 것이 없으신데, 모든 걸 다 하시고도 남을 만큼 충분하신 분이 왜 그 부족하고 무지한 제자들을 불러 함께 하셨을까?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무슨 일을 하다보면 차라리 혼자 하는 게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거기에 맛들이면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살게 됩니다. 이 사람 저 사람 의견 물어볼 필요도 없고, 생각이 달라서 부딪힐 경우도 없고, 왜 도와주지 않고 그래서 혼자 이 고생을 하게 하느냐 따질 이유도 없습니다. 그냥 혼자서 모든 걸 계획하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편합니다. 좋아서 하는 일이니 재미도 있고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습니다. 정말이지 누구와 함께 한다는 것은 때로 속 터지고 힘겨운 일입니다.

좋게 시작하고, 좋아서 함께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는 여러 가지 이해관계도 생기고 저마다 생각이 달라져서 도중에 금이 가고 관계가 깨지는 경우를 주위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부정적인 경우를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야 부족하고 나의 한계가 명확하니 도움을 달라고 청하고 함께하자고 손을 내밀 수 있지만, 주님은 그렇지 않으신데 뭐가 아쉬워 제자들을 부르시고 세우셨을까 궁금합니다. 당신은 인기에도 관심이 없고 출세나 성공에도 관심이 없고, 어떤 조직이나 단체를 만드실 뜻도 전혀 없으셨습니다. 그렇다면 왜, 제자들을 열두 명씩 부르시고 같이하신 것일까요, 그 힘들고 어려운 길을 함께 가자고 하신 것일까?

주님이 당신만 생각하셨다면 절대 그럴 리가 없었겠죠. 그들을 부르거나 함께할 이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이제 곧 교회력으로 대림절기가 시작됩니다. 예수께서 하늘에서 이 땅으로 '말씀이 육신이 되어' 오신 이유가 복음이고 은총이라 말합니다. 그걸 천사는 말하기를 '임마누엘'(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심)이라 했습니다. 내가 목사가 되고 교회가 좋아 이 일을 하는 것은 예수님처럼 수많은 사람들과 언제나 함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해가 마무리 되면서 동시에 새해를 앞둔 이맘때면 추위로 인해 배고픔이나 외로움이 더 심해집니다. 누군가가 함께하지 않으면 이 혹독한 겨울을 이겨낼 자신도 없고 새해를 향한 어떤 용기나 꿈도 꿀 수 없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정말 많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조금만 더 낮출 때입니다. 나를 위하고 생각하는 '함께'에서 너와 그들을 위한 '함께'로 눈을 돌릴 때입니다.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건 부담스럽고 힘든 일일 수 있고, 어떤 일에도 관여하고 같이하려면 그만큼 내 희생이 따를 수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해관계 없이 한 인간으로서 순수하게 사랑을 나누고 관심을 나눌 그런 마음을 품어보면 어떨까요. 내가 있는 이 자리와 내게 주신 것을 감사하면서 무언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십시일반 나눌 수 있다면 그게 진짜 축복이고 행복입니다. 누가 나의 이웃이냐고 묻는 한 율법사에게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 물으시며 '가서 너도 그와 같이 행하라'하신 예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미국 콜로라도 주 서부와 유타 주 동부에 살면서 지금의 유타 주의 기원이 된 유타족의 글 중에 이런 가슴 따뜻한 글이 있습니다.

'내 뒤에서 걷지 말라. 나는 지도자가 되고 싶지 않으니까. 내 앞에서 걷지 말라. 나는 추종자가 되고 싶지 않으니까. 내 옆에서 걸으라. 우리가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함께한다는 말의 의미를 이렇게 표현한 그들이 참으로 멋집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