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현장칼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4.26 22: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금, 여성들에게 투표권이 없다면, 아마 그 사회는 야만적이고 후진적인 사회라고 지탄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여성들이 투표권을 획득한지는 채 백년을 넘지 않는다.

여성들의 투표권 쟁취가 백년 안팎이라 해서 여성들의 시민적 권리가 생소하거나 혹은 제약되어야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왜냐하면 사람으로 태어난 그 순간부터 내재한 인간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고 ‘여성’이라는 개념이 ‘인간’의 범주로 들어온 이상 모든 “인간적 권리”에는 ‘차등’과 ‘순차’는 있을수 없기 때문이다.

며칠 전, 술을 먹었는지 봄바람이 돌풍과 광풍으로 돌변하던 날 제천시 아세아시멘트 공장에 있는 72m 상공의 시멘트 저장창고에는 주름살 깊게 패인 늙은 운짱들이 현수막을 걸고 올라섰다.

72m 상공에서 “운송단가 현실화하라! 화물연대 인정하라!”라고 외치면서, 하나뿐인 목숨을 담보로 내건 것 같은데, 그런데 궁금한게 하나있다.

왜 72m 상공으로 올라 갔을까! 굳이 그래야만 했을까, 정황을 살펴보니 그들, 늙은 화물운짱에게 부여된 시민권을 행사할 공간은 72m 상공밖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들에게 땅이란 모든 시민권의 박탈이었다.

땅에서 이들의 집회권리는 ‘폭력시위의 우려’ 때문에 박탈당했다.

모든 집회신고는 원천적으로 불허되었다.

심지어 천막농성장에는 술취한 ‘민중의 지팡이’의 술주정장이 되어 버렸다.

어디 이뿐이랴 헌법 33조에 있는 노동자들의 단결권, 교섭권, 단체행동권도 이들에게는 없다.

그래서 기름값을 올릴 정유회사의 권리는 있어도 오른 기름값만큼의 운송료를 인상해달라고 외칠 이들 화물운짱들의 권리는 없다.

그래서 땅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노동자들의 시민권을 획득하기 위해 이들은 고공으로 비상하는가 보다.

내 핸드폰에는 차마 지울수 없는 문자메시지가 있다.

한달이 넘도록 지울수 없는 문자메시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미안합니다.

아무 것도 못하고”. 무심천 서남대교 30M 상공으로 올라간 하이닉스 매그나칩 사내하청 노조 수석부지회장이 울먹이면서 보낸 내용이다.

나와는 별로 상관없는 도시, 서울에서는 20만원 이상의 입장료를 지불하면 들어갈 수 있는 오페라 하우스가 지어진단다.

아무리 오페라 하우스가 있어봤자 1회공연을 보기 위해 20만원 이상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존재하지, 그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그림의 떡인 것이다.

노동자들도 인간이다.

그래서 노동자들도 인간의 모든 기본권을 땅에서 누릴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말로 투쟁만이라도 땅에서 할수 있기를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